美·캐나다·英 "보잉737, 미사일에 격추"…이란 "美 심리전" 반발

美언론, 지대공 미사일 발사 분석
이란 "美가 조사하라" 부인에도
피격 추정 영상까지 급속도 퍼져
미사일 발사 의혹·이란 책임론 확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발사된 발사체(원 안)가(왼쪽 사진) 항공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부딪혀 섬광을 낸 뒤(가운데 사진) 추락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NYT홈페이지 캡처

영국·캐나다·호주 등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국제항공 ‘보잉737-800’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미국 측 주장에 동조하자 이란은 미국이 “심리전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에 현장조사 인력을 파견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며 격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미사일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까지 공개되며 국제사회에서는 이란 책임론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를 실행에 옮겨 이란이 앞으로 사이버공격 등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당국자들은 9일(현지시간) 언론을 통해 전날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그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추락 여객기 잔해에서 회수했다며 공개한 블랙박스 모습.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미 CNN방송은 정보 사항에 정통한 당국자를 인용해 분석가들이 레이더 신호 자료를 들여다본 결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SA-15) 두 발을 맞고 격추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SA-15은 사거리가 25㎞로 최고 1만m 상공의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저고도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토르(SA-15의 다른 명칭)’에 맞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망자 176명에 캐나다 국적자 63명이 포함돼 이번 사고의 최대 피해국이 된 캐나다는 이란의 소행임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최근 무역협상과 ‘트럼프 뒷담화 영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란을 압박했다. 미국의 대표 우방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도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정보들을 입수했다면서 이란 압박에 동참했다.

미 언론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당시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이란 미사일 격추 의혹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홈페이지에 띄운 19초짜리 영상에는 깜깜한 하늘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장면이 담겼다. NYT는 이 영상이 추락한 여객기와 교신이 끊긴 지점에서 촬영됐다고 소개했다. NYT는 “우리가 확보해 검증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피격됐음을 보여준다”며 “여객기가 피격으로 곧바로 폭발하지는 않았고 공항 쪽으로 방향을 돌려 몇 분가량 더 비행하다 빠르게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영상에 실제 여객기 사고장면이 담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격추설을 일축한 이란은 의혹이 일파만파 번져나가자 당사국들과 보잉에 직접조사 참여를 종용하며 맞섰다. 이란 당국은 미국에 조사인력 1명을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파견할 대표자를 정해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여객기 블랙박스를 미국에 넘기지 않는 상황에서 조사단이 제대로 사고원인을 규명할지는 미지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 간 긴장, 이란 미사일 격추 의혹은 사고 조사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조만간 사이버보복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가 이란에서 사이버작전을 포함한 본토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 대비책 마련에 힘써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부 행정기관에 보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 이후 불안이 고조되자 유럽연합(EU)과 미국 항공당국은 소속 항공사들에 이라크 상공을 피해 운항할 것을 지시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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