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범을 만나는 운세입니다. 외통수에 몰렸다고 할까요.”
요즘 유튜브에는 정치인들의 한 해 운수를 풀이하는 영상이 차고 넘친다. 유튜브만 봐도 바야흐로 올해가 정치 시즌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 자칭타칭 인문 명리학자, 예언가들의 신년운세 대상이 되는 정치인의 면모도 화려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망라한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찰개혁과 연관해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운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이들 영상의 조회 수는 기본이 수만 회, 수십만 회도 수두룩하다.
특히 우리 사회 보수·진보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경제난에 따른 팍팍한 삶, 이미 대세로 떠오른 미디어인 유튜브의 상업성이 뒤섞이면서 정치인들의 한 해 운세를 통해 먼저 미래를 보고 싶다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보수 진영에서는 좌파 독재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진보 진영은 이런 우리 사회의 우려를 극우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단순히 미래에 대한 궁금증에서 더 나가 우리 사회의 당파성과 병리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신년운세가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구조는 대략 두 갈래다.
이념 색이 뚜렷한 정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 명리학자 코너를 마련해 정치인의 운세를 점치는 게 첫 번째다. 그렇다 보니 보기에 따라서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적지 않다. 보수 지향의 유튜브 채널이라면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운세를 가급적 안 좋은 방향으로 몰아가고 진보 색깔의 채널이라면 그 반대다.
철학원 같은 곳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외모의 속칭 예언가들이 대거 유튜브로 뛰어든 것도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사람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는 정치인을 양념으로 삼는다. 특히 이들은 올해의 경우 우리나라가 오행상 갑목(甲木) 속성이라 경금(庚金)이 들어와 국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로 ‘호객’ 행위를 한다. 예를 들면 1910년 경술년에는 국치가 발생했고 1950년 경인년은 한국전쟁이, 1980년 경신년은 광주민주화항쟁, 2010년은 연평도 폭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경자년에도 변고가 많을 것이라는 예언이다. 결국 올해는 사건·사고가 많고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사로 4월 총선이 언급될 수밖에 없다. 어느 당이 승리하고 국운은 어떻게 흘러갈까를 얘기하게 된다. 외모만큼이나 제각각인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정치적 성향은 없고 명리학자·무속인으로서 예언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가끔 이런 영상을 재미삼아 본다는 한 50대 남성은 “우리 사회에서 커지는 정치적 불안, 계층 간 격차, 북핵과 맞물린 어지러운 국제 정세가 이런 심심풀이로 보는 역술 시장을 더 키우는 듯싶다”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숨기고 싶은 한 단면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