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타고 ‘데이터센터’가 대체투자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큰손들은 관련 자산을 통째로 사들일 정도다. 비교적 안정적인데다 부동산과 오피스에 쏠려 있는 자산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를 이끌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펀드에 170억원을 맡겨 연 19%에 달하는 내부수익률(IRR)을 거뒀다. 지난 2013년 설정돼 지난해 청산했는데, 5년 만에 2배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이다.
과기공은 이 펀드에 자금을 맡긴 유일한 국내 투자자였다. 당시 생소한 투자처였지만 산업 전망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단행했다는 게 과기공의 설명이다. 키움자산운용도 2017년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의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는 7개 빌딩에 20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공제회와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관련 자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이미 IC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사들여 왔다. 호주의 인프라 투자사인 AMP 캐피탈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미국 익스페디언트(Expedient)를 인수했다. 거론되는 인수 가치는 약 5,800억원(5억 달러)을 웃돌아 AMP 캐피탈이 미국에 투자한 역대급 지분 투자로 꼽힌다. AT&T도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에 관련 인력과 고객 계약, 자산, 시설을 약 1조 2,000억원(11억 달러)에 매각했다. 통신사업자인 센추리싱크는 2017년 데이터센터와 관련 사업을 내다 팔았고 유럽의 대형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 역시 사업 매각 추진설도 있다.
지금까지는 ICT기업이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산 매각은 비즈니스 전략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드웨어로 경쟁하는 대신 통신 환경 변화에 대응해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통적인 투자사들에게 데이터는 도로나 발전소와 같은 필수적인 사회·경제 인프라로 격상해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중수익을 노릴 수 있다. ICT회사나 게임, 금융회사처럼 임차인이 장기 계약하는 구조다. 임차인 리스크가 큰 오피스 투자와 대비된다. 더욱이 투자처 다변화가 가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투자 물건이 있으면 일단 검토하겠다는 기관투자가들이 꽤 있다”며 “오피스 빌딩보다 가격이 덜 올랐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