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정부는 '中한한령 해제' 이후 전략 있나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지난해 7월9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의 광시대. 당시 광시자치구에서 진행된 ‘한중 우호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의 강연이 이 대학에서 있었다. 강연에 앞서 한국문화 홍보 영상이 스크린에 올랐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명장면이 나왔다. 그 순간 객석 앞쪽에 앉았던 기자의 뒤로 ‘아…’하는 학생들이 탄식이 일시에 터지는 것이 아닌가. 행사 며칠 전 송중기·송혜교 부부의 이혼보도가 나왔었는데 이를 모든 학생이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아주 먼 남쪽 지방인 광시자치구의 대학생들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대도시인 베이징·상하이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기자가 베이징에서 아는 중국인 중에도 한국 K팝이나 드라마 애호가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에 따라 공식적인 TV 방송이나 공연이 없을 뿐이지 한류의 뿌리는 이미 깊게 내린 셈이다. 중국 드라마나 예능도 ‘한국화’가 많이 진행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지난 8일 중국 서부의 쓰촨성 청두TV에 출연해 “중국에서 오디션 프로를 만들어 스타를 배출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이는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6년 중국의 터무니없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활동과 문화 교류가 제한됐었다. 일단 기업활동은 상당 부분 풀렸다. 사드 보복의 후유증으로 지금껏 우리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문화다. 특히 문화산업은 중국에서 정치·사회문제다. 일단 사드 보복으로 한한령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문화통제 정책에 의해 규제가 지속 중이다.


문화를 문화 자체로 보는 한국 등과 달리 중국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중국에서 문화정책의 결정권은 국무원 문화여유부가 아니라 ‘공산당 선전부’가 장악하고 있는 이유다. 선전부의 목표는 문화진흥이 아니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유지·강화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략이 아쉽다. 문화 분야가 핵심인 사드 보복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는 “많은 문제가 해소됐는데 ‘일부 문화 분야’에서 제한이 남아 있다”는 태도다. 여기서 ‘일부 문화 분야’는 K팝이나 드라마 등 방송·관광·게임 등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는 ‘일부’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한국을 상징하는 것이 문화다.

중국에서 문화교류는 공산당의 문화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더욱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문화 시장에 대한 공략이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에서와 같은 단순한 ‘교류’ 위주에서 적극적인 침투와 확산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문화원 위주의 평면적인 현지 문화담당 조직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난해에 방한설이 돌았다가 무산된 후 올해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정상 간의 만남에는 당연히 ‘대가’가 따르기 때문에 양국은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 고민하고 있을 듯하다. 우리로서는 한한령 해제가 우선 고려사항이다.

미국·중국 무역전쟁은 다른 여러 쟁점과 함께 문화에서도 중국의 개방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으로서도 한한령 자체의 해제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제 관건은 한한령 해제 이후의 중국 문화시장에 대한 전략이다. 중국도 상황이 바뀌어 한류가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듯하다. 우리의 전략은 중국 문화산업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는 ‘상호주의원칙’의 확고한 유지가 돼야 할 듯하다. 상호주의는 중국에서의 모든 나라 활동의 평등과 함께 한중 교류 간의 평등 요구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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