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이른바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칭한다. 이 같은 입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하면 공익 및 연구목적으로 활용하거나 금융상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및 사업분석서비스의 전세계 매출은 올해 1,891억 달러에서 2022년 2,743억 달러(약 32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빅데이터 경제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점은 없는지 시리즈로 다뤄본다.
#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직장인 A씨는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빅데이터로 가공된 익명의 환자 보건, 의료 정보를 수천만·수억만건 이상 학습해 똑똑해진 인공지능(AI)이 A씨에게 ‘3년내 당뇨병 발병 가능성 70%’진단을 내린 것이다. AI는 곧이어 발병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A씨의 의료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식단과 운동요법을 추천하고, 생활 습관도 관리하는 내용이었다.
가공으로 예시한 A씨 사례와 같은 개인별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는 이제 먼 미래가 아니다. 국회가 자난 9일 가명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련 규제들을 푸는 입법을 단행하면서 의료 빅데이터를 다방면으로 활용한 서비스 개발의 길이 열리게 됐다.
그동안 축적된 국내 보건의료 정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료데이터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은 92%에 달하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규모도 6조건을 넘어선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나 신약 개발에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에 막혀 불가능했다. 기존 법은 의료·건강정보를 활용할 때 당사자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업이 개인 의료정보 기반의 빅데이터로 헬스케어 사업을 벌이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 같은 애로사항이 이번 규제혁신 입법 덕분에 풀리면서 기업들로서는 인간 의사 뺨치는 미국 IBM의 AI ‘왓슨’에 필적할 AI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밀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개발(R&D)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규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가명화된 개인정보라도 통계작성, 연구목적, 공익적 기록보전 용도 등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상용화 분야의 활용에는 아직 제약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단 R&D에라도 활용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미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빠르게 준비해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과 헬스케어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카카오 역시 올해 1월 서울아산병원과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업체 ‘아산 카카오 메디컬 데이터’를 만들었다.
다만 헬스케어 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이라는 하나의 벽을 더 통과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애플이 지난해 개별 병원에 저장된 진료·처방기록과 진단 결과, 예방주사 기록들을 환자가 자신의 아이폰에 저장하고 사전에 건강관리 할 수 있도록 한 ‘애플 헬스 레코드’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면서 “내 의료정보라도 내 마음대로 보고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막아놓은 의료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을 가장 기다리는 업계 중 하나는 마이데이터 업계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열리면 개인이 한눈에 자신의 계좌부터 결제·투자 등 금융 정보를 파악하고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가령 개인 건강정보를 통해 암 발생 이력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보험을 추천 받는 등 맞춤형 금융테크가 가능해진다. 빅데이터로 AI 기술 수준도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AI 안면인식 기술의 경우 중국은 13억 인구의 얼굴을 1초 안에 식별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국내에서는 학습 데이터가 1,000여명가량에 불과해 기술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 전자상거래나 유통 업계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개개인이 필요한 물품을 정확하게 추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쿠팡·위메프와 같은 업체가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처럼 변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권경원·이주원·이수민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