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상가 유리를 부수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이 6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하자 정부가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다며 양보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요 노조가 연금개편 완전폐기 때까지 시위를 거듭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날 노조들에 서한을 보내 일부 조건이 충족된다면 은퇴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방안을 철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타협안이 우리의 은퇴 시스템을 평화롭게 개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판을 들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정부의 입장은 최소한 프랑스 최대 노조인 민주노동연맹(CFDT)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은 정부의 연금개편안 전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온건 성향의 CFDT는 은퇴연령을 현 62세에서 향후 64세 이후로 늦추는 것에 집중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CFDT는 “정부가 타협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양보안에 환영 입장을 냈다.
프랑스 정부는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현 연금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오는 2025년 연금적자가 170억유로(22조원 상당)에 이를 것이라며 연금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하고 연금은 덜 받게 하는 술책을 쓰고 있다며 반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연금을 받지 않겠다며 개혁 완수 의지를 고수해왔다.
강경했던 정부가 양보안을 제시한 것은 지난 10일 정부와 노동계 대표 간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날까지 38일째 파업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노조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 파리 시위에 15만명이 참가했다. 일부 시위대가 유리창을 깨고 간판을 불태우는 등 폭력 양상을 보이자 경찰은 최루가스 등으로 맞대응했다.
프랑스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피하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정부가 양보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강경파 노조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파업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GT는 정부의 양보안은 “연막술”이라며 연금개편 완전철폐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