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유국인 러시아는 최근 유가 강세로 상승장의 발판을 마련한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완화적 통화정책 등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올해 러시아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더 남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 10일 전장 대비 0.81% 상승한 1,614.69에 마감했다. 올 들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상하이종합지수가 각각 1.07%, 1.38% 상승했는데 이 기간 러시아 RTS지수 상승률은 4.24%에 달한다. 지난해 약 45% 올라 추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올해도 강세장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이에 국내의 러시아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11개의 러시아 펀드는 올해 초 이후 2.52%의 수익을 냈으며 최근 한 달간 8.59%의 성과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를 지역별로 분류하면 이 두 구간 모두 1위의 성과다.
러시아 증시 상승의 진원지는 국제유가 강세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 증시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60%를 에너지 기업이 차지해 국제유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OPEC+)이 석유 감산을 올해도 이어가기로 한데다 최근 이란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러시아 증시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는 것도 증시에는 호재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나 내린 바 있는데 올해 역시 완화 기조를 유지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러시아 주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 시장에 대해 낙관하는 모양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러시아 증시가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많지만 현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배 정도”라며 “미국과 중국이 각각 12~13배, 8배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가격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RTS지수의 상한선을 1,800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신흥시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면서 “단기간(3개월) 러시아 증시는 3~5% 더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