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의 고비용 리스료, 유령자회사 의혹 등에 난감한 상황이다. 실사 과정에서 업계 최악의 항공기 리스구조와 매출이 ‘0’인 자회사들의 드러나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이달 중 이스타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인수를 위해 내부적으로 꾸린 태스크포스팀(TFT)이 이스타항공의 실물 데이터룸을 살펴보고 있으며 법률자문사 광장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달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기타 주주 지분 51.17% 인수를 발표한 후 같은 달 31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겠다고 공시했으나 이 시점을 1월 중으로 한 차례 미뤘다.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M&A) 일정은 실사나 진행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며 “검토해야 할 서류가 많아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고비용 리스료, 유령자회사 의혹 등이 제주항공을 머뭇거리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영업환경이 불안정한 회사로 꼽힌다. 장기간 순손실 누적에 따른 자본잠식이 지속되며 경쟁사 대비 매년 고액의 항공기 리스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재 23대의 보잉 항공기를 리스해 운영 중인 이스타항공은 맥쿼리를 비롯한 10곳의 리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리스사는 항공기를 리스할 때 리스기간, 회사 상태, 노선별 수익상황 등을 기준으로 리스료를 책정한다. 이스타항공은 오랜 기간 누적된 적자 등으로 현금성 자산이 없을 뿐 아니라 모든 항목이 최저 등급을 받아 지난 2018년 기준 22대 항공기에 대해 1~5년간 지불해야 하는 리스료는 2,626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기준 연간 항공기 리스 보증금만 97억원 증가했을 뿐 아니라 리스 이자비용도 연간 23억원씩 지불했다. 여기에 비행기 관리비, 유류비 등 일반적인 비용이 포함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스타항공이 리스한 항공기 중 B737 맥스 2대는 추락 사고로 운행이 중지됐고 B737 NG 2대에서는 동체 균열이 발견돼 운항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비싼 리스료를 내면서도 23대 중 21대만 운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령자회사 의혹과 복잡한 지분구조도 M&A에 변수다. 이스타항공은 10년간 오너가 4차례 변경되는 등 국내 LCC 가운데 지배구조 변화가 가장 잦았다. 현재 최대주주는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아들 원준씨와 딸 수지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수지 대표 1인 기업으로 매출액은 0원이지만 지분법 이익 등 영업 외 수익으로 2018년 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장기로 돈을 차입했던 이스타인터내셔널의 대표는 이 이사장의 친형인 이경일 사장. 그는 이스타항공의 3대 주주인 에이프로젠KIC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새만금관광개발의 소유주였다. 이스타인터내셔널은 근무하는 직원도, 사업도 뚜렷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거론됐던 태국 판매 대리점 타이 이스타제트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다./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