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오스카) 최종 후보에 오른 영화 ‘기생충’으로 국내 영화 제작 역량이 재평가되며 영화 관련 종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주요 배급사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작 상업영화 출시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는데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영화산업의 확실한 수익처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관련 종목이 강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035620)는 전일 대비 6.63%(120원) 하락한 1,690원에 장을 마쳤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10% 이상 올랐지만 후보작이 발표된 후인 이날은 외국인(4,986억원)과 기관(68억원)이 대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내며 주가가 하락했다. 기생충은 13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동안 외신 등은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쳤으나 예상보다 더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미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영화의 경쟁력도 재평가받고 있다. 바른손이앤에이를 제외한 영화 제작·배급사의 주가는 이날도 강세를 보였다. 기생충의 국내 배급사인 CJ ENM(035760)은 전일 대비 0.5%(800원) 오른 16만800원에 장을 마쳤고 NEW(160550) 4.51%, 쇼박스(086980)는 1.51% 오른 채 장을 마쳤다.
국제무대에서 기생충의 선전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텐트폴(흥행이 보장되는 대작 상업영화)’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힘을 실어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이 예상되는 대작은 CJ ENM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비롯해 ‘남산의 부장들(쇼박스)’과 ‘프로젝트B(쇼박스)’ ‘반도(NEW)’ ‘교섭(메가박스)’ ‘승리호(메리크리스마스)’ 등 10편이다. 지난해 4편보다 2배 이상 많아 ‘대작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 넷플릭스 등 새로운 수익 회수처로 떠오른 글로벌 OTT와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OTT의 등장 및 부가시장 성장으로 고제작비 영화의 새로운 수익 회수 방안이 마련됐다”며 “한국 영화의 부가매출은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일부 고제작비 영화의 경우 OTT에 대한 판매로만 제작비의 20% 회수가 가능하고 여기에 해외 선판매를 더할 경우 최대 40~50%까지 제작비를 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종목의 목표가 상향도 이어지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연구원은 9일 제이콘텐트리(036420)(메가박스)의 목표가를 4만원에서 5만원으로 높였고 흥국증권은 6일 쇼박스의 목표가를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서혜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쇼박스에 대해 “영화 라인업이 지난해 5편에서 8편 확대되고 고제작비 영화도 3편(남산의부장들·싱크홀·비상선언)이 배치됐다”며 “영화 OTT 판매 규모 확대에 따른 실적 상향 가능성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EW에 대해 “올해 해외에서 상당히 관심이 많은 반도(부산행2)를 통해 도약을 꾀하고 있다”며 “2·4분기 이후 높은 흥행 변수를 기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