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특강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한 대학생 A씨는 두 차례 날 선 질문을 제기했다. “단일민족인 한국에서 서울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느냐”는 게 요지였다. 박 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교육도 하고 행사도 하는데 (융합이) 잘 안 된다”고 답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A씨를 부랴부랴 뒤쫓으니 그는 강당 밖에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차별과 관련해서는 성소수자(LGBT)에 대해서도 더 묻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 뭔 대답을 더 들을 수 있겠어.”
옆에 있던 기자가 한국이 닫힌 사회라고 느낀 계기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얘는 한국인이 아니야”라는 문장 하나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걸쳐 사는 소수민족 출신이다. 하지만 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몇 년 전 연세대와 한양대에서 연구원 일을 하고 연애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애인이 매번 자신을 친구나 지인에게 소개할 때마다 ‘한국인이 아니다’는 말을 꼭 사용했다는 것이다.
A씨는 그때마다 ‘이너 서클’에 들어가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A씨가 박 시장에게 ‘다문화 가정’이라는 한국어까지 사용하며 포용정책에 대해 캐물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국적이 대한민국임이 분명한 아이들조차 다른 피부색이라고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 “한국인이 아니야”라는 말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셈이다.
A씨는 박 시장이 진전된 답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지만 어떻게 박 시장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이 중국 동포 거주 비율이 높은 구로·금천·영등포구에 이중언어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학부모들이 반대 청원을 넣는 소동은 당장 한 달 전에 벌어졌다.
“세계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죠.” accept(인정하다)·diversity(다양성)·progress(발전). A씨가 뱉은 세 단어는 누름돌처럼 묵직했다.
샌프란시스코=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