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미국이 대북 독자제재를 14일 (현지시간) 단행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죌 것이라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불법적 해외 노동자 송출과 관련해 북한 평양 소재 고려남강무역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인 베이징숙박소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유엔 제재가 정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송환 기한이 지난해 12월 22일 만료된 후 미국이 관련 제재에 나선 첫 사례다.
OFAC은 “북한 정부는 유엔 제재를 위반해 해외에서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인력의 불법적 송출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오늘의 조치는 북한의 해외 인력 송출을 용이하게 하는 북한 무역회사와 중국 내 북한 숙박시설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FAC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이 유엔 대북제재를 약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 “오늘의 조치는 미국과 유엔 (대북) 제재의 이행에 대한 OFAC의 계속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FAC에 따르면 남강무역회사의 경우 북한 정부나 조선노동당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송출을 포함해 북한 노동자의 송출에 관여해왔거나 책임이 있으며 2018년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중동의 많은 국가 등 여러 국가들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강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 “우리도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특정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대화가 진전이 안되는 상황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협력을 통해 대화 모멤텀을 살려가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미측에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접경지 협력 및 개별관광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강 장관은 개별관광 등 남북교류협력 방안도 폼페이오 장관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모든 구상은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간다는데 있어 미국도 충분히 평가하고 있다”며 “개별 관광에 대해선 그 자체가 제재 문제가 원칙적 차원에서는 제재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 장관은 “한반도 연말 넘기면서 북한 관련된 여러 상황 점검하고 앞으로 나갈 상황에 대해서, 정말 같은 생각으로 대화 모멘텀을어떻게 살려나갈지 (폼페이오 장관과) 전략적인 소통을 했고 이걸 기본으로 앞으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차원에서 세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남북교류협력을 통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진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미국 국무부가 이날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 후 낸 보도자료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양 장관은 한미동맹의 지속되는 힘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에 대한 약속을 되풀이했다”며 “그들은 또한 한미일 삼자 협력의 중요성도 논의했으며 지역적·국제적 다수 사안에 있어 긴밀히 협력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고 긴밀한 협력만을 강조했다.
한편 강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 “ 호르무즈 해양 안전에 우리로서도 중요한 부분, 원유수입 70%가 이 지역 통해 수입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지역, 미측 구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나라 참여하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들어, 우리가 어떤 결정 내릴지는 NSC 차원에서 논의가 계속 될 것”이라며 “우리 NSC 논의 진전시키는 데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구상을 설명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미 측은 미·이란 갈등 문제와 관련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위태해지고 불안정이 야기되면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모든 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이란 간 충돌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사실상 압박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이는 사실상 한국군의 파병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이란 간 갈등이 실제 무력충돌로 이어진 만큼 호르무즈 해협 파병으로 자칫 한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파병 압박에 대한 부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