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인 2012년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외지인·건설사·투기세력·시행사만 판친 뉴타운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입니까.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정비사업 관행을 거주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바꾸겠습니다.” 당시 박 시장의 정책 방향은 나름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는 바닥이었고, 그 결과 정비사업은 곳곳에서 수익성 악화로 파열음을 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선택으로 서울의 지난 8년은 도시재생의 시대였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자연스레 주택정책의 후순위로 밀렸다. 서울의 새 아파트도 줄었다. 2010년 17.6%였던 서울의 새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9.6%로 떨어졌다. 지난해 새로 지정된 정비구역은 단 두 곳, 총 1,323가구에 불과하다. 앞으로 새 아파트 비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계를 돌려 2020년 1월의 서울 부동산을 보자. 부동산 침체기이던 2012년과 달리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은 급등했다. 정비된 주변 환경, 아파트 특유의 편의성에다 희소성까지 더해지니 서울 신축 아파트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과연 이 현상은 투기의 결과일까, 정책의 결과일까.
정부와 서울시 모두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한다. 가격 상승은 투기꾼들 때문이며 공급 부족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한다. 투기꾼들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을 100% 수용하더라도, 정부와 서울시는 그렇다면 왜 투기가 서울의 신축 아파트에만 몰리는지 정도는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급이 충분하다고 성급히 말하기 전에 과연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지금 시장의 수요는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전용 33㎡ 임대주택이 전용 84㎡ 아파트에 살고 싶은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 될 수는 없다.
언제나 옳은 정책이란 없다. 금리도 시장 상황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정비사업 역시 잠갔다가도 때에 따라 얼마든지 풀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정책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미덕일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은 도시재생의 반대말이 아니다.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