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이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15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한국은 좌파와 우파, 노동계와 재계가 치열하게 갈등하는데 이해 당사자에게 문제 해결을 맡기면 오히려 제3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로 정년연장과 신(新)산업 등을 거론했다. 이 국장은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여 아직 이해당사자가 되지 못한 청년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다’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택시기사는 힘들어졌고 과거 주력산업이었던 조선업은 중국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기존 공급자, 생산자만 보호하려 하지 말고 소비자들의 이득을 늘릴 방법, 신산업을 육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격의료 산업은 지방 의사들이 반대하는 등 여러 이유에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추격으로 기존 산업을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만큼, 신산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국장은 또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지난 10년간 50% 상승했고 수출 경쟁력은 미끄러지고 있다”며 “제조업 중심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미중 무역합의는 오히려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무역합의는 분명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대신 프랑스나 독일에 대한 수입은 줄일 수 있다”며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은 줄일 경우 한국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2020년 세계 성장률을 3.4%로 전망한 IMF는 이달 20일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한다. 이 국장은 글로벌 성장세를 두고 “작년 10월 IMF가 전망한 것보다 다소 호전되는 모습”이라며 “미중 무역 합의가 타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교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