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발전소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최근 경북 경주 소재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정지가 확정됐다. 2022년까지 가동 연장 승인이 났던 원전을 강제로 멈추기로 한 것이다. 고리 1호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영구정지 원전이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일감이 줄어든 국내 원전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새해에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는 탈원전 정책은 시행한 지 어느덧 2년 반째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탈원전 찬반 논쟁이 뜨겁다. ‘탈원전하면 국내 원전 산업 다 죽는다’는 탈원전 반대 입장과 ‘제2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탈원전 찬성 입장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여기에 ‘제3의 가짜뉴스’까지 더해져 핵심 쟁점마저 불분명한 상황이다.
‘썸오리지널스’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짚어보고 전문가의 시선에서 찬성(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측과 반대(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측 입장을 정리해봤다.
핵분열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자력발전소(원전)의 가동을 중지하고 폐기하는 것을 뜻한다.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이후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소 폐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미국 쓰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탈원전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원전 가동 38개국 중 독일과 대만,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이 탈원전을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하면서 우리나라도 탈원전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핵심 쟁점 1. 탈원전하면 전기요금 폭등할까
탈원전 반대 측은 석탄, LNG보다 값싸고 효율적인 원전이 사라질 경우 전기요금 상승을 우려한다. 한국전력(한전)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전력비중(2016년 기준)은 석탄이 40.6%, 원자력 30.3%, 액화천연가스(LNG) 22%, 신재생 3.8%, 석유 2.6%를 차지했다.
에너지원별 발전 단가(2018년 1~10월 한국전력 구입단가 기준)(단위=1㎾h당 원) /자료=한국전력 제공
발전단가를 비교해보면 1kWh당 석탄 84.9원, 원자력 60.85원, LNG 118원으로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을 줄이게 될 경우 당장 이를 대체할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비싼 석탄, LNG를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2018년 한전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의 비중은 23%로 2016년에 비해 7%p 하락했다. 대신 석탄, 천연가스 사용이 증가해 한전 수익 적자에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총 발전비용이 현재보다 훨씬 높아지고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대해 탈원전 찬성 측은 원자력 발전단가가 낮은 것은 나중 비용을 제대로 산정 안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다 반영할 경우 재생에너지보다 오히려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기준 원자력 발전단가가 120원(kwh당)으로 우리나라 62원(kwh당)보다 2배 수준으로 비싸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단가가 싼 이유는 나중에 들 비용(폐로비용, 사용후 핵연료 처리 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 안 했기 때문이다. 이 금액들을 반영하면 원자력 발전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세계 평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 27%(REN, 2017 자료)일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트렌드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이 5% 미만대로 유독 낮다. 이는 그동안 정책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을 안 해왔기 때문이다. 미래를 길게 보면 재생에너지 단가는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원전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핵심 쟁점 2. 국내 원전 건설 기술 경쟁력이 사라진다?
탈원전 반대 측은 탈원전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국내 원전 건설 기술이 사장되면 수출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내 원전 건설 기술력으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APR 1400)를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해 22조원을 벌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새로 건설하는 원전이 없어진다면 세계 최고로 꼽히는 한국 원전 건설 기술력이 사장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2017년 7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자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연합뉴스
특히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기기공급업체나 설계, 엔지니어링 업계에 직격탄을 맞고 현재 원자력공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계와 학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됐다는 점이다.
반면 탈원전 찬성 측은 원자력은 이미 사양산업인 만큼 원전 해체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원전 발전 현황을 보면 1970~1980년대엔 원전 부흥기였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정체기인 상황이다. IAEA PRIS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세계 원전 가동 38개국 중 건설 중인 원전은 50개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원전산업을 이끌던 미국과 프랑스는 건설 사업을 접었고 우리나라의 원전 고리1호기의 건설 사업을 수주했던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업계는 원전을 해체하는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설계 수명이 다 돼 영구적으로 정지되는 핵발전소가 2040년에는 300기가 넘을 것(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4)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하고 있어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주목된다. 이는 원자력 업계 뿐만 아니라 원자력 전공 학생들에게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될 것이다.
△핵심 쟁점 3. 국내 원전은 정말 안전할까
탈원전 반대 측은 60년 이상 가동연수인 한국 원전의 안정성을 확신한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이래로 40년간 25기의 원전이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안전 운영됐다. 물론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미국 쓰리마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자로와 원자로 냉각재계통이 설치된 격납 건물이 없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제외하면 원전 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의 인재가 발생했다고 연설했지만 이는 후쿠시마 사고 발생 직후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누적된 사망자의 총 합계다. 즉 노환,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된 사람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원전 작업자 단 1명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지되는 위기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적인 재난이 닥치기 전에 신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탈 원전 찬성 측은 전 세계 원전 밀집 인구 세계 1위 한국의 경우 한 번 사고 나면 대형 인재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우선 ‘사고’에 대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자연재해로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경주, 포항 지진 등 자연 재해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없다. 또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원전 수가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도 원전 수로 보면 전 세계 5위다. 원전 수가 많을수록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주변 인구가 가장 밀집돼 있어 더욱 위험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전 30km 반경 지역이 피난구역으로 선포됐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울진, 경주 등 원전 지역에서 핵발전소 반경 30km 안에 살고 있는 인구는 382만 명으로 세계 최다이다. 또한 방사능에 피폭되면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어린이 갑상선암 발생에 대해서만 역학조사를 한 상황인데 2013년 74명에서 2016년 18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