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규제가 낳은 출점 제로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출점 제로(0).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곳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의 올해 신규 출점 계획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2018년을 끝으로 소식이 없는 이마트는 물론, 매년 새 점포를 오픈하던 롯데마저 올해는 예정된 계획이 없다. 반면 구조조정과 부진 점포 폐점은 이어지고 있으니 사실상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인 형국이다. 성장을 생존의 첫 번째로 꼽았던 기업은 이제 오프라인 유통가에서 찾기 힘들다.

오프라인 유통점의 ‘출점 절벽’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기점으로 올해 꼭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유통가에는 e커머스 득세를 비롯해 많은 변화가 몰아쳤지만 규제만은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40여건의 대부분은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는 21대 총선이 예정돼 있어 유통가를 향한 규제 압박이 더욱 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 관련 법안은 대기업을 때려 친(親)서민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정치인에게 단골 먹잇감이다.

업계에서는 20대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도 자동폐기되지만 총선 뒤 원구성이 되는 즉시 재발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규제안도 다시 꺼내본다는 때가 총선”이라며 “벌써 표를 의식한 유통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를 말하면 바로 대기업 대 소상공인 프레임으로 몰고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규제로 가로막힌 유통가 출점 절벽은 기업의 수익 악화를 넘어 고용절벽의 심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2년 새 대형마트 3사에서는 약 3,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점은 없고 폐점은 이어지다 보니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보통 대형마트 1곳이 신설될 때 500명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규제 압력은 멈춰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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