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쉬리’ 이후 20년간 한 작품에서 만난 최민식과 한석규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천문’은 배우 최민식의 이토록 순수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얼굴 근육, 눈빛 하나 하나는 그대로 설득력을 부여한다. 최민식은 장영실의 콘셉트를 ‘순수’로 잡았다. 로봇 학자 데니스홍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장영실이 ‘현대에 태어나면 저런 모습이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할 정도였다.
그는 “별을 바라보고, 공상을 하고, 뭔가 생각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조금 다르지 않나. 잔머리 없고, 좋으면 미쳐 버리는 모습 말이다. 로봇 분야 최고 권위자인 로봇 학자 데니스홍 교수님이 강의하는 걸 TV에서 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열정적이더라. ‘진짜 로봇에 미친 사람이구나’ 싶었다. ”고 말했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궁금했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는 ‘천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해석이라고 정의했다. 최민식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업적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닌, 두 사람의 관계와 이것이 어떻게 펼쳐질 지 등 이러한 점들이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했고,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실제 장영실과 세종이 살아돌아온 듯 영화 속에서 최민식과 한석규는 특별한 우정을 보여준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창 시절부터 30년이 넘는 인연을 이어온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우정의 결이다. 그만큼 최민식에겐 한석규와 함께 하나의 작품에서 만나는 게 더 중요했다고 했다.
최민식은 “석규가 좋은 건 대학 선후배로 스물 한두살에 만나 함께 한 추억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라고 편안한 미소를 담아 말했다. 또한 “오랜만에 만나도 그냥 엊그제 본 사람 같고 서로를 뭔가 강요하지도 않는다. ”고 전하며 “연예계에서 한결같고 자기 일에 진지한 사람이 흔지 않은데 석규가 그렇다”며 배우로서 신뢰하고 있음을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최민식과 한석규 배우에게 ‘천문’ 시나리오를 주면서 ‘세종, 장영실 캐릭터 중에 둘이 알아서 선택하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최민식은 “허진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잔소리 하기 보다는 니들끼리 마음대로 놀아봐라’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허진호 감독은 최민식, 한석규라는 배우의 인연 뿐 아니라 속성, 성향을 그만큼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
최민식은 “배우는 연출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현할 때 아주 중요한 재료다. 그 배우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허진호 감독은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과 장영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함께 나아간다. 한명은 목표를 세우고 , 또 한 명은 그걸 눈 앞에서 이뤄주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미묘하면서 치열하면서 때론 서글프면서 ‘애증’이 섞여 있는 질투도 생겨났을 듯. 최민식은 “요즘 말로 하나의 아이템으로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는데, 꼭 좋기만 했을 수 있었을까. 존경하는 마음, 질투 등 모든 게 다 있었을 것 같았다”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간의나 간의대, 자격루, 안여 등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방대한 연구 자료와 서적을 모두 탐독하며 사실에 기반을 두고 제작한 까닭이다. 최민식은 “현대의 장영실이 바로 ‘천문’ 제작팀들이었다”며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완성도 있는 영화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최민식은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이 최민식, 한석규 할아버지의 옛날 얘기를 듣는 것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가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최민식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제),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돌아 올 예정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