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 지능의 함정]똑똑한 사람일수록 미신을 믿는 이유는

■데이비드 롭스 지음, 김영사 펴냄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2011년 5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을 앓았던 그가 의사의 말을 들었더라면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끝내 자신이 믿는 대안 치료에 몰두하다 수술 시기를 놓쳤다. 개업한 의사인 동시에 세계적인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저자이기도 했던 코넌 도일은 요정의 존재를 믿었다. 심지어 요정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전자기 이론을 써가면서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기도 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던 이들이 비과학적인 치료법이나 존재를 믿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지능의 함정’은 이처럼 지능이 높고 똑똑한 사람들이 평범한 두뇌를 가진 이들도 하지 않을 정도의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이유를 흥미롭게 파헤쳤다.

영국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능이 높을 수록 ‘지능의 덫’에 걸려들기도 쉽다고 주장한다.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은 ‘논리 차단설’을 세워 스스로를 가둔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능, 추론 등만을 굳게 믿어 편향의 함정에 빠지고 합리성 장애를 초래한다. 또 결론이 자신이 추론한 것에 맞을 경우에만 자기 방어적으로 두뇌를 가동하기 때문에 타인의 허점은 발견하면서도 자기 논리의 편견과 오류는 외면하는 성향을 띄게 된다.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균형 잡힌 사고 능력이다. 그러면서 ’지능의 배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증거 기반 지혜(evidence-based-wisdom)’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거 기반 지혜’는 통념을 의심하고, 관련 증거를 모두 감안해 진료에 임해야 한다는 ‘증거 기반 의학’을 본뜬 새로운 과학 분야다. 이를테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해부해 그 정체를 알아내는 ‘감정의 나침반’이 증거 기반 지혜의 기술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접 당시 날씨가 좋지 않으면 면접관이 지원자를 탈락시킬 수 있는데,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기분이 만들어낸 결과다. 따라서 그 감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 면접 대상자의 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날씨’로 인해 당락을 결정하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줄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류의 가능성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지적 겸손’도 지능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 밖에 제3자가 되어 자신을 관찰하는 ‘소크라테스 효과’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장해 보고 그것을 유발할 요소들을 추려 가는 ‘사전 부검’ 등도 합리적 결정을 돕는 기술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1만7,8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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