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해서 벌써 입어, 봄

따뜻한 날씨에 간절기 상품 수요↑
CJ오쇼핑, 얇은팬츠·체크재킷 등
발빠른 봄 신상 기획...억대 매출 대박
아웃도어브랜드, 설 특수 공략
가방 등 신학기 아이템 출시 서둘러

래비티의 ‘체크재킷’/사진제공=CJ ENM 오쇼핑부문

#“원래는 2~3월에 이 재킷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날씨가 극단적으로 춥지 않잖아요. 가을 재킷을 일부러 꺼내 가볍게 입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일부러 지금 보여드립니다.”

지난 17일 CJ오쇼핑의 패션 방송에서 한 쇼호스트가 2020 봄·여름 시즌 신상품을 가리키며 이같이 소개했다. 덜 추운 날씨에 봄옷 장만을 서두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날 선보인 핸드메이드 팬츠는 25분 만에 주문금액 약 1억 9,000만원을 달성했고, 체크재킷은 20분 만에 1억 4,000만 원어치가 판매됐다.

CJ오쇼핑 관계자는 “14일 방송을 첫 시작으로 두 번째 ‘얼리스프링’ 상품을 선보였으며 2월 초까지 다양한 봄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추세에 따라 얼리스프링 제품의 목표 주문금액을 지난해보다 60% 높인 200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봄옷 출시 시계가 최대 한 달 가까이 빨라졌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에 소비자의 수요가 날씨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유통가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다. 가벼운 간절기 의류에서부터 신학기용 가방 등이 일찌감치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봄 신상품 출시가 최대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한해 중 가장 춥다는 절기인 ‘대한(大寒)’이 무색할 정도로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특히 스포츠 상품군의 신제품 출시일이 빨라졌다. 롯데·현대백화점에서는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주요 스포츠 의류, 잡화의 봄 신제품을 지난해보다 3주 이른 1월 첫째 주부터 판매하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간절기용 맨투맨, 재킷 등을 한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보통 날씨가 추운 1월에는 봄·여름 시즌 상품을 1월 말에 출시한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신상품 출시가 많았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가 봄옷 출시를 앞당긴 또 다른 이유는 ‘짧은 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여름과 겨울에 비해 봄이 점차 짧아지면서 봄에 착용하기 좋은 아이템 위주로 일찍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휠라’는 올봄·여름 시즌 티셔츠, 재킷, 팬츠 중 일부 제품을 지난해보다 약 한 달 빠르게 출시했다.

추운 겨울이 실종되자 털모자가 자취를 감추고 얇은 소재의 캡 모자도 일찍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월 1~12일 기준 캡모자로 유명한 모자 브랜드 ‘뉴에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학기를 앞둔 2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던 스니커즈 신상품도 올해는 12월 말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계백화점은 ‘디스커버리’, ‘컨버스’ 등 유명 스니커즈 브랜드의 2020년 봄·여름 신제품을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다. 얇은 소재의 스니커즈가 사시사철 착용 가능한 신발로 떠오르면서 현대백화점에서는 컨버스의 매출 신장률(1월 1~12일)이 전년 동기 대비 40%를 넘기도 했다.

올해는 설 명절도 빨라지면서 신학기 아이템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뉴발란스의 1월 1~12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에서 가방의 매출 신장률은 같은 기간 30%를 넘어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스포츠 상품군의 경우 가방, 간절기 의류 등 신학기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명절 기간에 집중되는데 올해는 이른 명절로 인해 1월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