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769호 창덕궁 주합루 1층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집의 바닥에는 대개 장판이 깔려 있다. 장판의 문양은 대부분 전통 목재판 또는 마루의 모습을 닮았다. 한옥을 벗어나 콘크리트로 지은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고 있어도 우리 정서는 여전히 나무로 된 옛 마루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한옥의 마루는 크게 형태에 따라 우물마루와 장마루로 나뉘며 놓이는 위치에 따라 누마루·들마루·쪽마루·툇마루 등으로 구분된다. 우물마루는 그 모습이 우물 정(井)자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길쭉한 장귀틀과 작은 동귀틀이라는 두 종류의 뼈대와 그 사이를 채우는 마루판으로 이뤄져 있다. 장마루는 폭이 좁고 긴 마룻장을 촘촘히 이어붙인 마루다. 장마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폭이 좁고 길게, 그리고 얇게 켜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후에 따른 온·습도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나무의 두께가 얇을수록 쉽게 변형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장마루는 잘 쓰이지 않았지만 나무로 된 널과 널이 길게 연이어 붙게 시공되기 때문에 우물마루에 비해 매우 견고하다. 무엇보다도 한복을 입고 그 위를 걸을 때 디딤면이 판판하여 걷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장마루는 임금이 다니는 곳에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명과 행정사무 등을 기록한 서책인 승정원일기를 보면 영조 때 영의정이던 이광좌(1674~1740년)는 “임금이 머무르는 루(樓)는 곧 얇은 소나무 판이다”라고 말했고 그 이유는 “평활하기 때문”이라 했다. 국보 제224호 경복궁 경회루 등 궁궐 건축에서 이러한 마루가 종종 보이는 이유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집 바닥에 깔린 장판에서 이런 한옥 마루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옛것을 그리워하고 옛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