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떼 쓰기에 골치아픈 한국 車...'글로벌 핫' SUV 증산도 빨간불

[車노조의 몽니]
勞 어거지 주장에...수익성 악화에도 과잉인력 조정 엄두 못내
내연기관차 판매 늘려 친환경차·모빌리티 전환 전략 차질도
르노삼성은 기본급 인상 요구 등에 신차 물량 韓배정 불투명


“지금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래사업으로 변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금 마련을 위해 인건비 등 구조적인 비용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이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의장(회장)이 토로한 고충이다. 친환경차·모빌리티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원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를 이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앞으로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신년사를 통해 제시했다.

그러나 투자재원 마련 방안은 뼈를 깎는 감원에 나선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사뭇 다르다. 글로벌 인기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늘리고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며 중국 시장에서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가 밝힌 재원 마련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시장에서 ‘와이파이 생산’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과잉인력이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지만 국내 여건상 감원은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인 인도 시장 공략, 중국 사업 체질 강화 등을 빼면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SUV 라인업을 앞세운 내연기관차 판매 증가’가 유일한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마저도 ‘노조의 벽’에 막혀 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이자 국내와 해외 시장 모두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증산과 해외생산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워서다. 현재 팰리세이드는 울산공장에서 내수·수출물량이 전량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내수 5만2,299대, 수출 5만5,215대 등 총 10만7,514대가 생산됐다. 팰리세이드의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을 책임지고 있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도요타, 혼다, 닛산, 쉐보레 등의 차를 사던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적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 증산 또는 해외생산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용과 관련된 문제여서 노조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는 인기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 증산이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증산을 노조와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컸다. 팰리세이드가 지난해 6월부터 미국에 수출되면서 울산4공장에서 생산되던 물량을 7월부터 2공장에서 공동생산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4공장 대의원회가 공동생산과 특근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조 내부에서도 물량을 두고 대립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결국 주문물량이 감소하면 2공장부터 생산을 줄이는 데 합의하며 공동생산이 결정됐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은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데 현대·기아차는 남는 인력을 수요가 많은 라인으로 재배치하는 사안마저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국내 3위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 또한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물량이 오는 3월 종료된다. 이를 신차 XM3 생산으로 채워야 하지만 아직 수출물량을 본사로부터 배정받지 못한 채 스페인 공장 등 해외 생산기지와 경쟁하고 있다. 신차를 배정받지 못하면 당장 남아도는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는 이 같은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이 대비할 틈 없이 생산 타격을 주기 위해 파업을 예고하지 않고 갑자기 파업 라인을 지정하는 게릴라 방식을 쓰고 있다. 이에 사측은 불가피하게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대신 일시금을 지급하겠다는 회사의 타협안을 외면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도 2009년 옥쇄파업 이후 줄곧 이어진 ‘시한폭탄’이었던 복직자(당시 해고자·희망퇴직자·무급휴직자 등) 문제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6일 쌍용차는 복직자 중 46명을 라인에 배치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회사의 이 같은 결정에 해고자를 중심으로 한 복직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4,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예상되는 쌍용차는 현재 판매부진에 따른 과잉생산에 빠져 있다. 이에 회사는 노조와 인건비를 스스로 깎는 안에 합의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 복직자들을 라인에 배치할 경우 회사는 인력 과잉이 심화하고 기존 인력은 그나마 부족한 일감을 나누는 셈이 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현재 부족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사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며 정부와 대주주의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투쟁 중심의 외부 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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