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별세]'관광보국' 외친 유통 거인 잠들다...신격호 회장 별세

향년 99세...창업 1세대 시대 막내려


‘유통 거인(巨人)’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오후4시30분께 별세했다. 향년 99세. ‘한강의 기적’을 만든 대한민국 재계의 1세대 창업자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생존자였던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창업 1세대’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이날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도 치료를 받던 서울아산병원에 모여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18일 영양공급 관련 치료를 목적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지만 노환으로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명예회장은 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유통·석유화학·호텔관광 산업의 씨를 뿌리고 수확까지 하며 국가 경쟁력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21년 열아홉 살에 밀항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굴지의 대기업을 일궜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롯데처럼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롯데’로 지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신 명예회장은 고국 투자로 눈을 돌렸고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세웠다. 신 명예회장은 이후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롯데호텔과 롯데월드·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1995년에는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뒀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장남이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남이다. 동주·동빈 형제는 신 명예회장이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결혼한 시게미쓰 하쓰코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이 도일(渡日) 전 열여덟에 결혼한 고 노순화씨 소생이다. 막내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1970년대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씨와의 사이에서 낳았다. 신 총괄회장은 ‘거인’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좋아했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 이름도 신 총괄회장이 직접 지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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