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50분 터진 ‘버저비터’…韓 축구, 9회 연속 올림픽 본선까지 1승

‘조커’ 이동경 환상 왼발 프리킥, AFC U-23 챔피언십 8강 요르단에 2대1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AFC U-23 챔피언십 8강 요르단전에서 승리한 뒤 결승골 주인공 이동경(10번) 쪽으로 몰려들어 4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동경(왼쪽)이 19일 AFC U-23 챔피언십 8강 요르단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담스러운 연장 승부가 확실해 보이던 후반 50분, 이동경(울산)의 왼발을 떠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망에 꽂혔다. 이내 울린 경기 종료 휘슬. 그렇게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버저비터’ 명장면을 연출하며 도쿄 올림픽 예선 4강에 진출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8강에서 복병 요르단을 2대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22일 오후10시15분 같은 장소에서 호주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호주를 넘으면 1988년 서울 대회 이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도쿄 올림픽 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는 상위 세 팀에 올림픽 본선 티켓을 준다. 한국은 호주에 지더라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3·4위전에서 이기면 3위로 올림픽에 턱걸이한다.


‘랑싯 쇼크’의 불안한 기운을 마지막 한 방으로 날려버린 짜릿한 승리 드라마였다. 16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두는 동안 매번 크게 다른 선수 구성으로 나섰던 김 감독은 이날도 3차전 선발과 비교해 8명의 다른 얼굴로 경기에 나섰다. 이란과의 2차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조규성(안양)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김대원(대구)과 이동준(부산)을 좌우 날개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어 전반 16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다. 조규성이 머리로 해결했다. 이번 대회 2호 골. 후반 7분 김진규(부산)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불운에 안타까워한 대표팀은 후반 30분 야잔 압달라 알나이마트에게 불의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까지 골이 터지지 않아 연장에 끌려갈 분위기였다. 연장에서도 골이 나오지 않으면 우위를 자신할 수 없는 승부차기로 넘어가고, 연장에 가서 이기더라도 난적 호주와의 대결을 앞두고 체력 부담이 걱정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동경이 페널티박스 밖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가며 영리하게 파울을 유도해 결승골 기회가 생겼다. 이동경은 자신이 얻은 프리킥을 그림 같은 궤적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경을 교체 투입한 김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한국은 지난 9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종료 직전 이동준의 득점으로 1대0으로 이긴 데 이어 다시 한 번 극적인 결승골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벤치에서는 연장과 최악의 경우 승부차기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었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골을 만들었다”며 “조커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봤다. 이동경 투입은 원래 계획에 있었는데 전반에 경기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일찍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어 “수적으로 우위에 있음에도 어려운 상황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있다. 간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4강에는 반드시 수정을 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요르단전 4승3무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앞서 호주는 19일 새벽 끝난 시리아와 8강에서 연장 끝에 1대0으로 이기고 4강에 선착했다. 김학범호는 이달 초 말레이시아 마무리 훈련 중 호주와 평가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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