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바닥 드러낸 정부 지식재산권 인식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하다고 열을 올리는데 정부 부처는 일본의 유명 캐릭터를 패러디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재권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낸 망신스러운 일입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본 유명 캐릭터 도라에몽을 패러디해 ‘식약애몽’이라는 홍보물을 만들었다가 비판의 중심에 섰다. 시기적으로도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라 비난의 강도는 더 컸다.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가 남의 나라 지재권을 멋대로 베껴 쓴 것이다. 우리 지재권이 보호받아야 하면 남의 나라 지재권도 중요한 법이다. “국민이 재미있는 발상으로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담당 공무원의 해명은 더 당황스럽다. 국민이 이해해주면 다른 나라가 애써 가꾼 지재권을 함부로 패러디해도 된다는 인식 자체가 우리 정부의 지재권을 대하는 인식 수준인 것 같아 아찔하다.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도 유명 캐릭터 펭수를 패러디한 ‘펑수’를 선보였다가 ‘아무런 노력 없이 펭수 인기에 편승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재권 논란을 일으켰던 두 부처는 지난해 정부 업무평가에서 정책소통 분야 ‘A등급’을 받았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남이 애써 키운 캐릭터를 패러디해서라도 국민과 소통을 하라는 말이냐’는 자조가 나왔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위해 목숨 걸듯이 싸우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남의 지재권을 우습게 갖다 쓰는 부처가 공존하는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미국이 자국 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위해 중국과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지재권 문제는 언제든지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술패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지고 있는 지금에야 설명이 필요 없다. 정부가 세계적인 지재권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특허청’이라는 부처 명칭을 지식재산혁신청으로 개명하려고 하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진척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에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특허증 200만호 수여식을 직접 챙길 정도로 지재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관료들이 알고는 있는지, 아니면 밥그릇 때문에 모른 척하는 건지 알기 어렵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