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기 입장을 대변할 주요 싱크탱크들이 파벌싸움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을 반박할 논리 개발이 늦어지고 정책 개선에도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 나온다.
21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중기 관련 국내 최대 싱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중소기업학회는 작년 말에 차기 학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중기학회 차기 학회장은 매년 4월이 임기 시작이고, 1년전에 미리 선임해 놓는 관례를 감안하면 9개월가량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중기학회는 직접 참석이 아닌 서면결의로 차기 학회장 선임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기학회 관계자는 “정관에 ‘긴급하거나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총회를 소집하지 않고 서면으로 결의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 어제(21일)부터 회원들에게 서면결의 공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학회장 선임 차질은 예고된 일이라는 분석이다. 중기학회는 최근 2년간 차기 학회장 선출을 놓고 회원들간 갈등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임원이 학회 직원을 고발해 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내부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회 관계자는 “연대출신과 비연대 출신 교수들간 파벌싸움으로 학회 소속 교수들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기학회가 차기 학회장 선출도 못하는 등 내홍이 격화되자 지난 해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던 한정화 한양대 교수 등 핵심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지난해 10월 중기정책학회를 따로 설립하는 등 ‘한지붕 두가족’이 됐다. 중기정책학회에는 한 교수 외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교수, 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교수, 김세종 전 중소기업연구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학회가 내부 파벌싸움 때문에 분화되면서 내부서도 자성이 나온다.
중기부는 중기정책학회에 대한 승인여부를 고심중이다. 유사한 성격의 단체를 또 허가해 줄 경우 논란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기 정책학회는 출범을 선언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정부 허가를 얻지 못해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중기정책학회에 참여한 교수는 “설립과 동시에 계획했던 학술지 발간 등의 활동이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싱크탱크인 중소기업연구원도 원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후임 원장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행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한 중기 관계자는 “주52시간 확대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가 없다”며 “싱크탱크끼리 내부 파벌로 분화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