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 구축함에서 발진한 고속정으로 검문 검색에 나서는 순간 대잠헬기가 공중 지원을 위해 이함하고 있다. 청해부대의 입체전력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지만 호르무즈해협에서는 각종 미사일과 어뢰·드론까지 조합된 공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독자 파병 형식으로 청해부대를 파병한다고 21일 밝혔다. 외형은 파병이지만 내용으로는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대다. 재외 국민과 해상 통상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면서도 이란과 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고심이 담긴 결과로 평가된다.
당장 파병의 물질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부대를 새로 편성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09년 3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청해부대 1진을 구성, 아덴만에 파견한 이래 11년 가까운 세월 동안 30진을 파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청해부대원들의 긴장도와 피로도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의 1,130㎞ 구역에서 선박 호송작전을 펼쳐왔으나 앞으로는 작전 범위가 오만 살랄라항을 기준으로 오만만과 호르무즈해협, 아라비아만,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830여㎞로 늘어났다. 기존 업무까지 합치면 작전임무 구역이 3.5배 넓어졌다.
잠재적 위험은 늘어난 작전 범위보다 더 크다.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긴장도는 아덴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폭이 50㎞인 호르무즈해협에는 잠수함 6척과 잠수정 23척, 수상전투함 9척, 미사일고속정 32척, 소형미사일정 200척을 운용하는 이란의 해군력이 포진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형 이하의 함정이지만 하나같이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특히 이란 해군이 운용 중인 소형 잠수함은 북한과 기술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연어급 잠수정과 사촌 형제 격이다. 작전 범위는 짧아도 작기에 탐지하기 어렵고 수심이 낮은 해협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 군도 미국의 파병 압력이 거세지던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대응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청해부대의 잠수함 탐지 센서와 어뢰를 보강하고 공중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과 근접방호 체계를 강화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강감찬함은 청해부대 파병을 앞두고 드론 대응훈련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초음속 대함탄도미사일과 초고속 공동어뢰의 실전배치 여부다. 이란의 호언장담대로 음속 3배인 초음속 대함탄도미사일과 시속 180노트급의 초고속 공동어뢰가 정말로 실전에서 쓰인다면 대처 방안이 마땅치 않다. 미군조차 먼 거리에서 발사 여부를 탐지해 회피 기동하거나 선제공격한다는 교리만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 선제 타격이 어렵다면 대응방안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란이 자체 개발한 각종 군사용 드론이 30종이 넘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예비역 해군대령)은 “호르무즈해협은 수심이 낮고 이란 내륙과 인접해 고속정과 잠수정, 해안포와 대함 미사일에 드론까지 다양한 위협에 노출된 지역”이라며 “대잠전은 물론 대공 감시와 해안포와 드론 공격을 탐지하고 회피, 방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신형 대함탄도미사일이나 초고속 공동어뢰가 아니라면 청해부대는 일정한도의 공격은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오후5시30분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교대한 왕건함은 한시적 파병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관계자는 “왕건함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일반 군수물자를 최소한도로 탑재하고 각종 탐지 센서와 방어 무기를 탑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임무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에만 투입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눈앞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선박이 공격받는 경우라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시적 작전범위 확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추가 파병 여부도 관심거리다. 청해부대가 31진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미국·이란 관계가 호전되지 않는 한 보다 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 보호 등 상황이 다급해질 경우 추가 파병 여부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지난 10년간 8차례의 해외 재난시 고립된 재외국민 799명을 대피시켜 국제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면 지난해 1월 전력화한 KC-330 공중급유기도 투입이 가능하다. 민항기를 기반으로 한 공중급유기여서 급유시설을 크게 고치지 않고도 한꺼번에 약 300명의 재외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킬 수 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