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52세인 노태문 사장을 스마트폰 사업 수장에 앉히는 등 50대 사장들을 전진 배치한데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젊은 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령과 국적에 상관없이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젊은 인재들을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의 재판이 이어지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과감함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고 경영 쇄신도 꾀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최원준 부사장
삼성전자는 이날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펠로우 3명, 마스터 15명 등 총 162명을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임원 승진자는 지난 2018년 말 158명보다 소폭 늘었지만 2017년 말 221명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차기 CEO 후보군으로 꼽히는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가장 젊은 최원준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올해 50세다. 최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 및 칩세트 개발 전문가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을 상용화하고 갤럭시S10과 노트10을 적기에 출시해 기술 리더십을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최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부사장이다. 역대 최연소 부사장은 전날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노태문 사장으로 2012년 말 44세에 부사장이 됐다. 젊은 리더들의 참신한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령 및 연차와 상관없이 성과를 낸 인재를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도 확대했다. 이번 인사에서 발탁승진자는 24명으로 2018년 말 18명보다 6명 늘었고 2017년(8명)에 비해서는 3배 늘었다. 다양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국인·여성 인력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도 유지해 외국인과 여성 총 9명을 승진시켰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무
마띠유 상무
최연소 전무와 상무 타이틀은 모두 외국인이 차지했다. 최연소 전무는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전무로 1981년생(39세)이다. 미스트리 전무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인공 인간’ 네온(NEON)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인간과 꼭 닮은 아바타 형태인 네온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최연소 상무인 1981년생 마띠유 아포테커 경영지원실 상무는 경영전략과 인수합병(M&A) 전문가로 5G·AI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잠재 기업 M&A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문준 전무
2014년 부장 진급 1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던 네트워크사업부 시스템설계그룹장 문준 상무는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문 전무는 기지국 무선통신 기술 전문가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출시를 주도했다.
여성 승진자 중 반도체·부품(DS) 부문 첫 여성 전무인 안수진 전무는 세계 최초로 6세대 V-낸드 제품에 COP 기술 적용을 주도했고 김승연 상무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갤럭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기여했다.
안수진 전무
김승연 상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 선임 규모는 18명으로 2018년보다 3명 늘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전체 임원 승진자의 절반가량인 80명의 승진자가 나온 것도 눈에 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의 본격 회복이 점쳐지는 가운데 초격차 유지를 위해 기술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이인용 사회공헌총괄 고문이 CR(대외협력)담당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공석이 된 사회공헌총괄 후임으로는 성인희 삼성생명공익재단 사장이 내정됐다.
이번 임원 인사로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는 조만간 조직 개편과 보직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