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디지털세 갈등 봉합했지만…관세전쟁 불씨 여전

연말까지 관세부과 유예 합의
OECD서 조세원칙 마련할 듯
美 '車 보복관세' 여지는 남아

/연합뉴스

미국과 프랑스가 디지털세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협상을 계속하면서 관세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디지털세에 대응해 와인세를 포함, 대규모 보복관세를 예고해 무역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지만 이번 조치로 약 1년간은 휴전이 이뤄졌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디지털세와 관련해 좋은 토론을 했다”며 “우리는 모든 관세 인상을 피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 문제로 통화했고 올해 말까지 협상을 계속하면서 그 기간에는 관세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관세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와 미국의 대응에 따른 유럽연합(EU)의 재보복관세를 뜻한다. 디지털세는 프랑스가 처음 도입한 제도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역내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과세하는 게 뼈대다. 디지털세 정책 방향과 국가 간 갈등 조정 이슈에서 각국 정부가 디지털세 도입의 첫 주자인 프랑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자국 IT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고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상당의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핸드백 등 수입품 63종에 최고 10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역법 301조를 프랑스에 적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301조는 사실상 미국 정부 마음대로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EU 차원에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1년 휴전으로 두 나라는 일단 최악의 파국 상황은 피하게 됐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만든 분위기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이 디지털세에 대해 성공적인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며 “다른 양국 간 이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EU는 중국보다 훨씬 큰 미국의 무역 파트너로 자동차와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두 경제 사이의 공급사슬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이번 휴전으로 워싱턴과 브뤼셀 사이에 형성됐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나라는 향후 디지털세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논의 과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OECD는 기업이 법인을 두지 않은 나라에서도 디지털 영업으로 발생한 이윤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일반원칙을 마련했다. 미국은 디지털세는 전체 기업에 부과하기보다 선택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프랑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지속돼왔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OECD에서 국제적 합의가 나오면 디지털세를 대체하겠다고 밝혀왔다. 블룸버그는 “무역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두 나라는 지난 7일 해법 모색을 위해 2주간의 집중 논의기간을 설정한 바 있다”며 “프랑스와 미국은 올해 말까지 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국제조세원칙과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디지털세와 맞물린 대서양 무역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고율 관세(25%)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디지털세도 OECD의 최종 결론을 좀 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을 찾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프랑스가 디지털세 도입을 멈춘 것은 갈등 해결의 시작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디지털세 도입을 진행한다면 관세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언제든 다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낼 뜻을 내비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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