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기원 통폐합 시동거나...정부, 거버넌스 수술 예고

미래인재특위 22일 과기원 혁신안 논의
공동이사제, 통합이사제 도입 등 검토키로
현행 특별법 등 개정해야 돼 난항 전망
한국판 UC모델 거론되지만 규모경제효과 미미

정부가 4대 과학기술원의 지배구조(거버넌스)에 대해 수술을 예고하고 나섰다. 현재 과기원별로 독자 운영되고 있는 이사회 체계를 바꿔 ‘공동이사제’ 및 ‘통합이사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사실상 4대 과기원 통합에 시동이 걸리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쟁점화가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미래인재특별위원회를 열고 ‘과학기술원 혁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혁신안은 거버넌스, 교육·연구, 국제화, 시스템 측면의 혁신과제를 담았다. 이중 거버넌스 관련 내용은 ‘과기원간 연계협력 거버넌스 강화’ , ‘기관운영의 수월성·개방성·전문성 확보’, ‘주요 직위 외부공모제’, ‘교원인사위와 연구진설성위의 외부위원 비중 확대’, ‘세계대학 수준으로의 정년보장 심사 및 기존 정년보장 교원의 업적평가 강화’ 등이다.

특히 과기원간 연계협력 거버넌스 강화 방안이 핵심 이슈다. 공동 이사제 및 통합이사회 도입을 검토하고, 총장 임기만료 1년전부터 ‘총장후보발굴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개별 과기원 이사회의 연계성을 강화히기 위해 공동이사제를, 의사결정체제를 중장리적으로 단일화하기 위해 통합이사회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이사제는 이르면 연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각 과기원의 이사진중 약 3분의 1씩을 서로 공동이사로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통합이사회는 늦어도 3년 내에는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4대 과기원 통폐합론’을 제기한 뒤에 추진됐다. 과기부는 통폐합까지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 UC계열이 산하에 UC버클리 등을 여러 대학캠퍼스들을 두고 있는 것처럼 통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게 과학계의 시각이다.

다만 이 같은 거버넌스 수술 시도가 완료되려면 법적, 정치적, 실무적 논란들을 넘어야 한다. 우선 4대 과기원 이사회 통합은 현행 법에 어긋난다. 과기원들은 각각의 특별법을 통해 설립근거와 운영 방침 등이 명문화돼 있다. 법적으로 각각 운영이 보장된 것이다. 따라서 통합이사회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특별법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데 과기원들을 지역구에 두고 있는 국회의원 등을 중심으로 입법 저항이 거셀 수 있다. 공동이사제에 대해서도 학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기원별 독자적 이사제가 됐든, 공동이사제가 됐든, 통합이사회가 됐든 어차피 주요 인선과 안건 선정, 의사결정과정에 과기부가 깊숙히 관여해 사실상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다.

공동이사제 및 통합이사회 도입론의 또 다른 논거는 과기원들의 중복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전략적으로 집중 투자방향을 조율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4대 과기원중 3곳의 지방 과기원(DGIST, UNIST, GIST) 규모를 다 합쳐봐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 약 3분의 1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4곳을 통합운영해 봐야 규모의 경제 상승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미래인재특위는 이날 또 다른 협의 안건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 인재성장 지원계획 실적 및 계획, ’여성과학기술인 채용·승진목표제 추진 실적 및 활용 실태조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아울러 ’제 3차 과학기술문화 기본계획(가칭)‘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