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배터리 품는 폭스바겐…韓, 시장 절반 잃나

현지 4위 기업 지분 20% 인수 검토
경영참여해 생산노하우 확보 가능성
10년뒤 폭스바겐 전기차점유율 53%
배터리 내부조달 땐 국내 3社 위기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이 중국내 4위,글로벌 8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들은 이번 지분 인수가 향후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내놓는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아직 까지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이익이지만 관련 시장이 커질 경우 배터리 업체와의 제휴 및 지분투자를 바탕으로 직접 생산에 뛰어드는게 효율적이다.

22일 중국 경제매체인 메이르징지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업체인 궈쉬안(Guoxuan) 지분 20% 인수를 두고 막판 조율 중이다. 지분 20%의 가격은 5,600만 달러 수준으로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폭스바겐의 중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은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연간 150만대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에 16억 유로를 중국 시장에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궈쉬안이 향후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 물량을 상당 부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며 올 연말 관련 정책이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궈쉬안은 지난해 8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성장한 2.1%를 기록한 유망 배터리 업체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궈쉬안에 대한 지분투자로 중국정부 정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 전기차배테리 업체들이 주목하는 부문은 폭스바겐의 지분 취득이 향후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스웨덴 노스볼트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계획을 밝힌데 이어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폭스바겐의 선택에 따라 관련 시장의 절반을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배터리 3사는 점유율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지금까지 배터리 부문에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이익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특허 소송 등 배터리 공급 차질 우려가 폭스바겐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체 생산 움직임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의 미국향 전기차에 향후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패소시 미국내 배터리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차 가격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중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설 경우 이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력과 수율 등에서 자신감을 비치고 있지만 규제와 보조금 정책 및 소송 등 변수가 많아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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