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신청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증설을 승인했다.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내년 11월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설의 전제조건인 공론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설 공사에 걸리는 시간만도 얼추 잡아 22개월이니 지금 당장 공사를 하더라도 늦을 텐데 공론화 작업까지 지체되고 있어 이러다가는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론화를 위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는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애초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7월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재검토위가 새로 구성된 것이다. 큰 차원에서 결론 난 사안을 다시 검토하겠다니 중지를 모으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재검토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는 등 무성의로 일관하니 공론화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증설 공사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건축물 허가 관련 협의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금까지 경주시와 어떤 식으로든 증설 여부를 논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역 의견수렴 등 필요한 절차도 전혀 밟지 않았으니 재검토위에서 증설 공사를 하는 것으로 당장 결론을 내더라도 저장시설 포화 전 증설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혹시 졸속으로 공사하다가는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월성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2~4호기)은 대략 대구 경북 전체 소비량의 5분의1 수준이다. 원전 가동을 멈추면 그만큼을 액화천연가스(LNG)나 석탄 발전으로 채워야 한다. 발전단가가 높아지니 당연히 전기요금도 오르는 등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념에 사로잡혀 탈원전을 부르짖은 결과치곤 피해가 너무 크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문제를 이렇게 처리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