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 주민에 엘리베이터 비용 요구는 부당"…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체 비용 부담 부당" 소송낸 주민 승소 확정
주택관리업계는 당혹…"장충금 균등 분담이 맞아"

재건축을 앞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엘리베이터를 잘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들이 승강기 비용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2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장기수선충당금 균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이 최근 주민 승소로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17일 원고 승소 판결이 났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기한 내에 항소하지 않았다.

주민 A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낡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려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하려 하자 “1층에 거주해 엘리베이터를 쓸 일이 없는데도 교체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A씨 외에 다른 1·2층 주민들도 가세했다. 아파트에 지하주차장이 없는 만큼 1·2층 주민들은 딱히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1·2층 주민들 의견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입주자대표는 장기수선충당금 추가 부과 결정을 내리기 전 1·2층 입주자의 입장과 입주자들 사이 의견대립, 균등 부과와 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두고 주택관리업계에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주택관리업계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주택 지분 비율에 따라 균일하게 부담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비용과 관련해 차별 부과가 맞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판결은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과정의 절차적 흠결이 위법하다는 판결”이라며 “모든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문제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저층 주민들에게까지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판결이 옳은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택 관련 법령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장기수선충당금은 법령에 따라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엘리베이터 공사에 국한한 문제로 보여 판결에 대해 대응할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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