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美, EU에 자동차 관세 거듭 위협..韓, 예의주시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자동차 관세 부과를 거듭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비준에 성공한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EU를 겨냥하는 모양새입니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자동차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EU가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EU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를 “강력히(strongly)”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들(EU)이 공정한 (무역)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내가 관세를 부과하리라는 것을 그들이 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만지작거리는 카드는 무역확장법 232조입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인데요. 미국은 이 조항을 통해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미국은 관세를 피하고 싶다면 자신들에게 ‘선물’을 내놔야 한다고 어르고 있습니다.

EU는 핵심 타깃으로 분류됩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는 EU 외 일본,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있는데요. 캐나다와 멕시코는 USMCA에서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습니다. 일본과 한국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새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미측의 요구사항을 반영했고요. 반면 EU는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원하는 트럼프 정부와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 EU를 향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재차 어르고 나선 것을 보는 우리 정부의 심기도 편한 것 같진 않습니다. 미국에 상당 부분을 양보했지만 여전히 미국이 명확한 결론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11월 13일 관세 부과 대상 국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현재까지 결정을 내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유예된 상태여서 미국이 어떤 현안에 대해 이를 지렛대 삼아 우리를 압박할지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232조 적용을 유예한 지난해 11월 이후 추가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232조를 지렛대 삼아 한국을 압박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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