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국내 세번째 ‘신종코로나감염증’ 확진자가 격리돼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병동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세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입국 증상이 없는 ‘무증상 입국자’로 인천공항 검역대를 통과해 5일 간 일상생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접촉자를 확인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일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세 번째 환자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다”며 “25일 기침과 가래가 생겨 폐렴을 의심해 1339에 신고하기 전까지 지역사회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던 세번째 환자는 입국 이틀 뒤인 22일 몸살 기운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고, 23일과 24일에는 외식을 하는 등 외부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자가 수백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두 명의 확진자는 공항에서부터 발열 증상으로 감시 뒤 격리조치됐고 외부 활동이 없었다. 첫 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45명, 두 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75명이다.
정 본부장은 “세번째 환자의 가족과 동행입국자, 함께 식당에서 식사한 지인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으나 아직 동선을 파악하며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 정확한 접촉자 수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파악되는 대로 접촉자의 규모와 환자의 동선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기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잠복기의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유입될 경우 ‘수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아울러 입국 당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공항 검역망조차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답변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중국 내 확산으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28일부터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사례정의도 변경해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1,975명이며 이 중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 외 다른 지역의 확진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923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 검역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발열 등 유증상자에게는 검역조사를 실시하고, 의심되는 환자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즉시 격리하거나 관할 지자체로 연계해 관리를 강화한다. 현재까지 입국장 검역대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인 우한시를 방문한 입국자가 폐렴 관련 증상이 있을 때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격리하는 기준을 가졌다. 정 본부장은 “추가 검역인원 200명을 지원받아 배치할 예정이나 중국에서 입국 시 소요 시간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환자 신고, 대응, 관리를 위한 사례정의도 변경한다. 감염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방문자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사환자로 분류, 격리조치한다.
정 본부장은 “검역대상 오염지역 확대 및 사례정의 변경에 따라 격리 및 감시대상자가 큰 폭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에서는 선별진료소 및 격리병원 확충, 감시 및 격리관리 인력 추가 확보 등 필요 인력과 시설을 적극 동원해 지역사회 확산을 예방할 것”을 주문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이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질의응답 전문]
■세 번째 확진자가 입국 이후 5일간 무증상으로 지역사회 활동을 진행했는데.
-세 번째 확진자는 우한에 거주하던 54세 한국인 남성으로 20일 저녁 9시에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다. 22일 저녁부터 발열과 오한 등의 몸살 기운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으며 23일, 24일에는 지역사회 활동이 있었다. 행적과 밀접접촉자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환자는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영상 확인이 필요하다.
25일 아침 9시 40분에 간헐적인 기침과 가래 증상이 발생해 1339로 본인이 신고했다. 관할보건소가 1차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대상유증상자로 분류해 명지병원으로 격리 이송했다. 이후 오늘 아침 확진자로 확인됐다.
현재 즉각대응팀이 환자의 동선을 따라 자세한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활동이 어느정도 있는 만큼 정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밀접접촉자는 확인을 해서 가족 등 밀접접촉자는 자가 격리를 할 계획이며 일상적인 접촉자는 능동감시를 할 예정이다. 환자가 마스크를 썼는지, 기침을 했는지와 같은 전파 위험도에 따라서 접촉자 분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경유 여행객도 검역 강화되나. 아울러 국내 추가 확산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중국 외 다른 나라의 입국자도 발열검사는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경유 하더라도 검역대를 거쳐 입국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경유자도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예약정보가 있으면 의료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중국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고,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중국 입국자를 통한 국내 유입환자는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유입자가 지역사회 전파를 하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하겠다.
■메르스 때는 휴대전화 활용해 중동 입국정보를 확인했는데 이번에도 휴대전화 활용하고 있나. 아울러 환자가 마스크를 낀 것을 보면 자각이 있었을 듯 한데, 왜 사흘간 지역사회활동을 진행했나.
-병원에 중국 여행력을 통보하는 것은 로밍정보 뿐 아니라 항공기 예약정보도 활용한다. 따라서 경유하더라도 정보는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이유는 환자가 옷감을 다루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도 그랬는지는 CCTV를 확인해야 한다. 아직은 동영상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자진신고 안 해도 우한에서 온 줄 알 수 있나.
-우한 직항이 있을 때는 탑승자 명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한 공항 자체 예약정보가 없어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 보이면 역학조사관 판단에 따라 자가격리 한다고 하는데, 기준이 뭔가. 향후 조정될 가능성은
-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이라 호흡기 증상자가 굉장히 많다. 그런 만큼 호흡기 증상만 가지고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판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가 격리 및 능동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사례 정의나 기준은 신종 감염병인 만큼 질병의 유행 양상에 따라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이 있다. 이에 따라 계속 보완할 것이다. 아울러 2월 5일 전후에 확진검사법을 만들 예정이다.
■첫번째 환자상태는 어떤가. 그리고 세번째 환자처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나.
-지난번 브리핑에서 첫번째 환자는 고해상 CT에서 폐렴 소견이 보였다고 말했다. 브리핑 이후 흉부방사선에서 폐렴 소견이 보인다. 기침 가래 증상은 있지만 호흡곤란이나 다른 증상은 없다. 임상 경과를 지켜보겠다. 아울러 3번 환자의 경우 처음에 몸살기로 시작했던데다 기침이나 가래가 폐렴의 중요한 소견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증상은 갑자기 생길 수 있다.
■환자의 자세한 동선이 궁금하다. 아울러 관련 내용 지자체에 통보했나.
-일단 가족과 동승자, 같이 식사한 지인은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다. 나머지 지역사회 접촉자는 음식점 등의 CCTV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정리되는 대로 말하겠다. 환자는 수도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당연히 지자체에 통보해서 해당지자체와 보건소, 시도가 같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학생, 주재원 등과 관련해 수요조사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외교부와 복지부가 논의하며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한 폐렴’ 발병원인은 무엇이고, 치료제 개발계획은 있나.
-발병원인은 동물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넘어와 감염되고 전파되는 변이로 추정한다. 치료제는 일단 바이러스성 폐렴인 만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감염학회나 다른 전문학회와 같이 준비해서 대응하도록 하겠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른 단계 같다.
■명지병원이 실검에 오르는 등 지역사회 카페에서 불안감을 드러낸다. 동선 자세히 공개하면 안되나. 아울러 명지병원 내 감염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나.
-명지병원은 국가지정음압격리병상이라 철저하게 동선 분리가 보장되고 의료진 역시 교육을 받아 훈련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환자의 동선에 대해서는 세부 상호명 같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녁 때라도 자료가 정리되면 신속하게 공개하겠다.
■두번째 환자 접촉자가 69명에서 75명으로 늘었다.
-중국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귀국해 이 사람들을 접촉자로 분류했다.
■첫번째, 두번째 환자 접촉자 중 능동감시 대상자가 감염될 가능성은
-잠복기가 2~7일으로 알려진 만큼 최대 14일간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우한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증상을 밝히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한가.
-감염병예방법에는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답변하면 2,000만원 이하 벌금과 2년 이하 징역을 하기로 돼 있다. 현재 환자들은 협조를 잘 하고 있다.
■밀접접촉자 외 접촉자 규모는 알 수 없나
-환자가 동선을 자세히 설명했고, 보건당국이 동선을 따라가며 CCTV와 신용카드 내역 등으로 맞춰가고 있는 도중이라 정확한 접촉자 규모를 말하기는 어렵다. 빨리 정리해서 공개하겠다.
■접촉자에게 통보는 했는지.
-명단 작성과 동시에 통보를 하고 있다. 아직 취합이 덜 됐다. 파악하는대로 분류해 정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