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모형선박 ‘Easy Go’가 스스로 주변 장애물을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한국 조선업계가 디지털 기술을 입힌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5G(세대) 이동통신·인공지능(AI) 등으로 효율을 높여 경쟁국들과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최근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손잡고 선박 자율운항·원격제어 시대를 열었다. 양사는 대전과 거제를 초고속 5세대(5G) 통신으로 잇는 자율운항선박 테스트 플랫폼 구축을 완료해 실제 해상에서 모형 선박을 이용한 원격·자율운항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대전 선박해양연구센터에 설치한 원격관제센터에서 약 250㎞ 떨어진 거제조선소 바다 위 모형 선박을 실시간으로 원격 제어하며 국제해사기구(IMO)가 정한 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을 모두 만족하는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양사는 이번 시험운항을 통해 선박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적 운항 경로를 스스로 탐색해 항해하면서 주변 장애물까지 피하는 ‘자율운항 기술’ 검증에도 성공했다.
현대중공업(009540)그룹은 KT와 ‘5G 기반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생산부서 직원들은 선박 건조 현장에 설치된 5G 키오스크에서 대용량 3D 설계 도면을 내려 받아 일을 하고 있다. 5G 키오스크는 수십분이 소요되던 대용량 3D 도면의 다운로드 시간을 5G를 이용해 수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해상에서도 끊김 없이 통신이 가능한 ‘해상 시운전 통신망’도 개선됐다. KT는 수 개월간의 해양 네트워크 품질 개선을 통해 감포항에서 호미곶까지 해상통신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육·해상 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해졌으며, 현대중공업은 향후 해상통신 커버리지를 기반으로 선박 원격제어, 드론을 활용한 긴급의약품 수송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현대LNG해운과 손잡고 스마트십을 선보였다.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구축하고 선박 운항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상선과도 사물인터넷(IoT), 선대 운영 육상플랫폼, 선박 자재 창고 자동화 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조선업도 4차 산업혁명의 예외가 아니다. 5G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조선소 구축은 조선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