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일명 ‘데이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오는 7월부터 데이터 기반 경제 시대가 본격화한다.

하지만 상당수 주요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된 상태라 정보인권보호 강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산업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전규제가 풀리면 사후규제가 점차 강해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한다. 한 대형 로펌 정보보호팀을 이끄는 파트너변호사는 “사전 규제는 사업확장을 제한할 뿐이지만 사후 규제는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기관이 개인정보와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주요 로펌들은 전문가 영입과 데이터를 매개로 한 팀 간 협업을 강화하며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자문서비스’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진환 김앤장 변호사는 “데이터 3법 통과로 데이터 경제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산업에 대한 이해와 산업별 규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법률적인 검토가 중요해지는 만큼 주요 로펌에서도 법률전문가 간 분야별 협업체제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자원 활용에 익숙한 스타트업들이 주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들이 스타트업이 많은 판교에 분사무소 또는 출장소를 내고 법률자문과 스킨십을 강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강태욱 태평양 변호사는 “산업친화적인 제도들이 다수 도입된다면 개인정보처리 프로세스에 대한 전사적 점검이 늘 것이고 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로펌들도 컴플라이언스팀과 포렌식팀 등 팀 간 협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데이터관련 법안이 기업친화적으로 바뀌면서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다변화되고 해외업무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손도일 율촌 변호사는 “한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았던 해외 사업자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과거처럼) 단순히 규제를 확인하는 수준의 자문을 넘어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자문을 요청하는 인바운드 해외업무가 증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대형 로펌들은 각 산업의 특성과 결합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특성을 모두 고려한 법률자문을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근우 화우 변호사는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기술과 법률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리걸테크(legaltech)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로펌들은 보안 업체와의 협업 등 다방면으로 관련 전문가 집단과 협업을 통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광배 광장 변호사는 “앞으로 금융·의료·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활용과 이종 분야 간 데이터의 결합이 촉진될 것”이라며 “분야별 데이터의 특성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자체의 특성과 법 체계에 부합하는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전문가, 각 분야별 전문가와의 협업과 업무 분담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