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7일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학범 감독. /연합뉴스
‘이기는 습관’을 장착한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가 ‘어게인 2012’를 기치로 내걸고 도쿄올림픽에 임한다.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직후인 27일(한국시간)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동메달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이끌던 대표팀은 일본을 꺾고 3위에 올라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명보호가 이룩한 영광 재현과 그 이상에 도전하는 김학범호는 28일 귀국한 뒤 오는 3월 재소집돼 3월 말과 6월 초, 7월 중순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올림픽 남자축구는 7월23일부터 시작된다. 앞서 본선 대진 추첨은 4월20일 도쿄 NHK홀에서 진행된다.
김학범호는 26일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스타디움에서 끝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FC 챔피언십 결승에서 연장 후반 8분 장신 수비수 정태욱(대구)의 헤딩 결승골이 골망을 때리면서 1대0으로 이겼다. 8강 프리킥 결승골과 4강 쐐기골의 주인공 이동경(울산)이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호주와 4강전 2대0 승리로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한 한국은 2014년 시작된 AFC 챔피언십을 처음으로 제패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특히 조별리그 3경기와 8강·4강·결승까지 6전 전승 우승은 AFC U-23 챔피언십 대회 사상 최초 기록이다.
거의 매 경기마다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준 김 감독의 ‘카멜레온 전술’도 화제였다. 대표팀 선발 명단은 2차전부터 각각 7명·6명·8명·5명씩 바뀌었고 결승에서는 왼쪽 수비수 김진야(서울)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모든 선수에게 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이 장차 A대표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팀에는 특출한 선수가 없다. 그래서 한 발 더 뛰고 희생하는 ‘원팀’ 정신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올림픽에는 이 원팀에 23세 초과 선수인 와일드카드 3명이 합류한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에 공격수 박주영·골키퍼 정성룡·수비수 김창수를 데려갔다. 병역 회피 논란 때문에 비난을 감수하고 뽑았던 박주영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 감독도 와일드카드 선발을 놓고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2018년 아시안게임 때 ‘인맥 축구’ 논란 속에 황의조를 발탁했는데 황의조는 득점왕(9골)에 오르며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5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울산)가 받았다. 원두재를 포함한 대표팀 23명은 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본선 엔트리 18명에 들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다. 소속팀 반대 등으로 태국에 가지 못했지만 이미 기량을 검증받은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백승호(다름슈타트) 등까지 더하면 23명 중 최소 8명은 탈락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