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의 한 구에 위치한 현황도로. 오는 7월 도시계획시설에 따른 장기 미집행 도로에서 해제될 예정으로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하지 못할 경우 소유주의 동의 없이는 보수공사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김상용기자
오는 7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될 예정인 도로용지는 서울시가 1,209개, 인천광역시가 387개에 달한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자치 군·구의 예산 부족을 고려해 1대1 매칭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 군·구가 도로사업에 착수해도 예산 부족으로 서울은 800여개, 인천은 295개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경우 재정 자립도가 낮은 강북구와 은평구·구로구 등에서 도로용지가 대거 해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강화군과 미추홀구 등에서 대다수의 도로용지가 해제된다.
◇서울시, 해제 예정 도로용지 파악 못해=서울경제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서울시의 ‘자치구 관리 미집행 도로시설 재정비 계획’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7월 해제될 예정인 도로는 1,199개였다. 하지만 서울시 일부 자치구 자료와 비교한 결과 서울시가 공개한 숫자와 각 구청이 서울경제에 공개한 숫자가 달랐다. 강북구의 경우 서울시는 122개라고 밝혔지만 구청은 137개로 파악하고 있다. 구로구는 서울시에서 110개라고 밝혔는데 구청에서는 118개로 집계했다. 은평구 역시 서울시는 114개, 구청 126개로 다르다. 영등포구는 서울시가 72개라고 밝힌 반면 구청에서는 47개로 파악하고 있다.
일선 구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제시한 각 구별 해제예정 도로용지는 과거에 구청이 제출한 숫자라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며 “분명히 더 늘어난 해제예정 도로용지 숫자를 서울시에 알렸음도 과거 데이터를 제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시설과의 담당 팀장은 “해당 자료는 각 구청에 협조 요청해서 파악한 것으로 가장 최신 데이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기 미집행 도로의 길이와 면적·사업비 등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25개 자치구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북구, 서울에서 미집행 도로용지 가장 많아=서울 강북구의 경우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상태인 도로용지가 137개에 달한다. 강북구는 지난 2018년부터 미집행 도로용지에 대한 사업 추진에 나서 2018년 21억6,000만원, 2019년 36억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올해도 55억3,000만원의 예산을 확정했다. 강북구의 한 관계자는 “구청이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난 3년 동안 도로용지 사업예산에 반영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파격”이라며 “강북구에서 이렇게 많은 예산을 도로용지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북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113억4,000만원을 투입하는 대신 서울시에서 토지 보상비 명목으로 90억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전체 18건의 사업 추진을 위해 시 예산과 구 예산을 합쳐 총 203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북구는 전체 137개 해제 대상 도로용지 중 18개를 제외한 나머지 도로 사업은 추진하지 못한다. 해제예정인 도시계획시설 전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2,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1대1 매칭을 통해 토지보상 비용을 지원받아도 어림잡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강북구 재정으로는 절대적으로 조달 불가능한 금액이다.
◇인천 군·구청, 387개 중 92개 사업 추진=인천시가 파악한 시내 군·구청 관리 도시계획시설 중 7월 해제 예정인 도로용지는 387개다. 이 가운데 군·구청은 92개에 대해 7월 이전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얻어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92개를 제외한 나머지 295개 시설은 7월 해제된다. 다만 필요성이 적어 시설 해제를 추진하는 시설은 121개, 국공유지로서 일단 해제한 뒤 필요할 경우 향후 추진할 수 있는 시설은 5개다. 그러나 당장 군·구청이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한 뒤 도로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설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해제될 수밖에 없는 시설이 무려 169개에 달한다.
전체 해제 대상 시설의 노선 길이는 95㎞, 사업비는 9,353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6월 이전 실시계획 인가를 통해 추진할 노선의 길이는 13.71㎞, 사업비는 1,16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반드시 사업으로 추진돼야 함에도 예산 부족으로 7월 도로용지에서 해제될 노선의 길이는 42.43㎞, 사업비는 4,359억원이 필요하다.
인천광역시의 한 관계자는 “시가 관리하는 시도로는 사업 추진이 필요한 곳은 7월 이전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군·구청 도로의 경우 인천시가 토지보상비와 사업비를 매칭해 지원하지만 군·구청의 자체 예산이 없어 사업 추진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