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에서 마스크를 쓴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면세점·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을 사전에 막기 위해 손 소독제 비치에서부터 마스크 지급, 방역 작업까지 실시하며 위생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이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함께 ‘한한령’ 해제를 기대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기는커녕 중국의 설인 춘제를 맞아 고향으로 떠났던 다이궁(대리구매상)들이 방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의 다이궁 매출 의존도는 약 80%다.
내국인의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항공업계가 중국행 티켓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면서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대리구매상들은 오히려 설 연휴에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주부터 중국인 방문객 수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도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시설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당시처럼 매출이 급감하는 ‘악몽’이 재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인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각각 11.9%, 10.2%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우한 폐렴은 설 연휴 직전에 이슈화됐기 때문에 영향을 체감하기 이르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형 유통시설 방문을 자제하자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특히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가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에서 쓰러졌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근거 없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세번째 확진자의 휴대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카드사용 내역 조회 및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스타필드 고양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1일부터 직원·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별 위생관리에 들어갔다. 본점·잠실점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곳이 집중 관리 대상이다. 최근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자 예외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은 손 세정제를 추가로 비치하고 신세계백화점은 설 연휴 직전 본점에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