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규제자유특구 중 하나인 세종특별자치시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자율주행차 업체가 내달 입주한다. 정부가 규제자유특구 내 실증 특례를 통해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와 테스트와 관련된 현행 규제를 걷어낸 결과다. 신사업을 하려 해도 기존 규제가 발목을 잡는 것을 없애기로 했더니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세종테크노파크 등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팬텀AI는 최근 자율주행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세종시에 한국법인 설립을 최종 결정하고 내달 공식 진출한다. 정부가 지난 해 7월부터 전국에 14개 규제자유특구를 도입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입주 기업이 진출하기는 처음이다.
팬텀AI는 세계적인 자율주행차 기술업체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자율주행장치) 초기 개발 멤버인 조형기 박사와 현대자동차 연구원이었던 이찬규 박사 등이 주축이 돼 지난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전문가 30여명이 일하고 있다.
팬텀AI는 자율주행 관련 레벨4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최상위 기술이 레벨5이고,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레벨2~3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기술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 팬텀AI는 아직 한국이 국산화하지 못한 카메라 기반의 상황 인식 기술이나 판단, 제어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해 미국의 자율주행 완성차 업체나 독일의 부품업체 등과 협력해 제품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은 팬텀AI는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협력 업체들과 제품 양산을 주로 하고 주요 R&D는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돼 테스트 베드로 매력적인 세종에서 하는 식의 경영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팬텀AI는 우선 본사 인력 2~3명이 한국지사로 와 국내에서 지사장 선임 등 인력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르면 2월 중에 세종에 법인설립을 마무리 하고 사무실 입주 등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기술 업체가 국내 규제자유특구에 진출한 데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운전대가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자는 일반 도로를 운행할 수 없다. 하지만 세종 특구에서는 규제를 풀고 전용도로를 만들어 실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한국이 자율주행에 필수인 5세대(5G) 통신기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점 등이 반영돼 미국의 팬텀AI가 찾아 오게 끔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팬텀AI의 국내 진출로 세종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 생태계가 생겨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팬텀AI 지사 설립 소식에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3~4곳이 세종테크노파크 입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팬텀 AI는 규제자유특구 실증사업뿐만아니라 세종시 국가혁신클러스터 R&D 사업에도 참여해 국내 자율주행차 생태계 조성에 기여를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정부는 세종시 등 전국 14개 지자체에 자율주행을 비롯해 블록체인, 바이오메디컬, 수소그린 모빌리티, 무인선박 등의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