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주요 피의자에 대해 이번주 중으로 중간 기소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 갈등이 분수령에 다다랐다. 우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때처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결재를 지연하고 윤 총장은 재차 지시하며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기소 말라’고 지휘하거나 기소 이후 윤 총장에 대한 전격 감찰에 착수하면 양측이 전면전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을 다음달 3일 검찰 인사이동 전 기소하자는 의견을 이날 이 지검장에게 전달했다. 또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도 이 같은 수사팀의 의견을 윤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음달 3일 인사 이후에는 대검 지휘부와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가 바뀌기 때문에 기소를 통해 한 차례 상황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소 대상자로는 이미 소환조사를 완료한 백 전 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이 거론된다. 또 서울동부지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기소 역시 이번주 중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현재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는 수사 대상자들에 대한 강제구인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현재 검찰 출석 요청에 일절 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출석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은 검찰 인사 발령 다음날인 다음달 4일 이후에 출석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수사 대상자에 대한 기소·체포 방안에 대해 이 지검장이 순순히 결재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지난 22~23일 최 비서관 기소를 미루려 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공수사2부를 이끄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받아 전결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면 윤 총장이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을 개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지검장이 사퇴할 확률이 없는 만큼 실효성은 낮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차장의 전결 역시 추 장관에게 가로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이 사안을 보고 받은 뒤 윤 총장에게 ‘기소하지 말라’며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다만 지휘권이 발동된 적은 2005년 천정배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때가 유일하다. 김 총장은 천 장관의 지시를 따랐으나 곧바로 사퇴했다.
또 추 장관이 기소는 용인하되 기소 직후 윤 총장을 전격 감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 비서관 기소 때와 같은 상황이 재연됐다는 것을 빌미로 즉각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감찰규정과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징계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수사를 진척시킬수록 정권의 올가미에 더욱 얽혀 들어가는 모양”이라며 “추 장관이 반격에 나설 때 윤 총장이 어떤 수를 둘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