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 수요일] 터미널

- 김주대

큰 가방을 들고 훌쩍거리던 아이가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자

늙은 여자는 달려가 까치발을 하고


아이 앉은 쪽 차창에 젖은 손바닥을 댄다

버스 안의 아이도 손바닥을 댄다

횟집 수족관 문어처럼 달라붙은 하얀 손바닥들

부슬비 맞으며 떠나는 버스를

늙은 여자가 따라 뛰기 시작한다

손바닥에 붙은 손바닥이 떨어지질 않아서

대개 조금 뛰다 보면 손바닥이 떨어지던데 큰일 났군요. 아하, 가래떡에 조청을 칠하다 나가셨군요. 배차 시간에 쫓긴 기사님은 어금니 꽉 깨물었겠죠. 눈시울 뜨거워지자 사이드 미러도 안 보고 액셀을 밟았군요. 손바닥이 떨어지지 않는 여자는 점점 발이 땅에서 떨어졌겠죠. 나부끼는 어머니 깃발 내다보며 아이는 자지러졌겠죠. 뉴스에 안 나온 걸 보니 무사하셨군요. 착한 기사님, 휴게소에서 따뜻한 물 길어다가 문어 손 떼어내고 아이 옆자리 앉혀 서울까지 모셨겠죠. 작별 아쉬워도 너무 끈끈한 손으로 배웅 나가지 말아요. 올 시간 지난 아내 찾으러 터미널로 간 늙은 남편은 왜 또 맨발로 가셨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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