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011160)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을 매입한 후 재매각한다. 연면적 4만㎡의 대규모 건물을 오는 2028년까지 책임 임차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당에 신축 중인 두산그룹 신사옥에 입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두산건설은 인수 후보군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경쟁에 돌입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하나대체자산운용이 보유한 논현2동 두산빌딩 매입 및 재매각을 위해 자본시장 관계자들과 세부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쇼트리스트에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등 3곳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3년 일산 위브더제니스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회사채 만기에 쫓기던 두산건설은 자구책으로 논현동 사옥 지분 81%를 1,380억원(평당 1,600만원)에 하나대체운용에 매각했다. 두산건설은 매각조건으로 2028년까지 15년간 건물 80%를 책임 임차하기로 했다. 대신 6년 뒤인 올해부터 건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만기일 이후 1개월 이내 직접 혹은 지정자를 내세워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지정한 금액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장받았다.
두산건설이 사옥을 매각한 지 2년 뒤인 2015년 말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신사옥 건립 허가를 받으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두산과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한컴·두산신협 등 7개 계열사는 올해 말 두산분당센터에 입주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논현동 사옥을 2028년까지 책임 임차해야 한다. 현 상태에서 분당사옥에 입주하면 앞으로 8년간 쓰지도 않는 건물 임대료로 연 100억원 이상을 내야 할 판이다. 두산건설의 재무상태나 그룹 전반적으로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이중 지출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계열사가 오피스 전체를 임차하기도 힘들다. 두산건설은 결국 임대차 계약 체결이 가능한 매수자를 내세워 4월 콜옵션 행사로 논현동 사옥을 일단 사들인 뒤 재매각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자금이 급했던 두산건설이 2013년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건물을 급하게 매각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대체운용은 두산건설의 책임임차로 연 6.8%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건물 가치 상승분까지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자금까지 지원받았던 두산건설은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자 상장 폐지되고 3월 두산중공업(034020)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5년 198.78%에서 2018년 552.5%로 급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재무 사정이 기대했던 것만큼 나아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두산건설에서는 매입 후 재매각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