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끝내 자신이 창당한 바른미래당과 결별하고 ‘실용·중도’ 노선을 걷기로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사퇴를 거부했고 당권파 의원들도 나서 2선 후퇴를 종용하자 내린 결정이다. 독자노선을 알린 29일 안철수계 일부 인사들은 보수통합의 자리에 얼굴을 비쳤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안 전 의원을 따라 집단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는 문제까지 겹쳐 안 전 의원의 앞길은 본인의 말대로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보고 뛰어드는”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어제 손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독일과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1년4개월 만에 귀국한 안 전 의원은 ‘미래산업’과 ‘실용·중도·개혁’을 강조한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념에 빠져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정치”라고 비판하며 통합과 화합의 길을 강조했다.
귀국 8일 만인 27일 안 전 의원은 손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하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28일 손 대표가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해고하듯 통보했다”며 거절했다. 이에 안 전 의원은 탈당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안 전 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걱정과 책임감으로 오랜 숙고 끝에 정치재개를 결심했다”며 “힘들도 부서지고 깨질지라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국민들께 호소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수십년 (지속돼온) 한국 사회의 불공정과 기득권을 혁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우선 이날 탈당 기자회견 전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김영환 전 의원이 보수통합을 논의하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과 만났다. 안철수계 인사들이 생존을 위해 각개전투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안 전 의원 측은 이들을 향해 “‘안철수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안철수계 의원(지역구 1명, 비례 6명)들도 문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는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안 전 의원을 따라 일괄 탈당할 경우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안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한 명인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바른미래당이 제명을 해야 한다.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 당권파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을 떠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의 탈당에 총선 전 제3지대의 지형도 요동치게 됐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은 이날 손 대표에게도 용퇴를 촉구했다. 당권파 중심의 비대위를 구성해 당을 정상화하자는 계획이다. 주승용(전남)·김동철(광주)·박주선(광주) 등 당권파 의원들은 호남계다. 손 대표가 물러나면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호남계 정당과 제3지대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경우·방진혁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