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폐쇄된 스타벅스 매장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중국에 투명성을 촉구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각국이 우한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전세기를 잇따라 띄우는 가운데 우한 폐렴으로 인한 글로벌 기업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CN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한 보건 위협”이라면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일부는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자 장관은 중국에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팀 파견을 지난 6일에 이어 전날에도 거듭 제안했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촉구한다. 더 많은 협조와 투명성이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서 돌아온 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 위해 검역 대상 공항을 기존 5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여행 제한을 포함해 전염병 확산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우한 폐렴 대책회의에서 중국 여행 제한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여행자제 권고지역을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현재 미국 내 우한 폐렴 확진 사례는 5건이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각각 네 번째 확진자가 나왔고 캐나다는 확진자가 3명으로 늘었다. 중동 지역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WAM 뉴스통신은 29일 우한에서 도착한 중국인 가족 4명이 양성 반응으로 판정됐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의 우한 폐렴 확진 사례는 7건으로 늘었으며, 일본에서는 전날 우한시에서 온 여행객을 태우고 운전한 버스 기사의 2차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데 이어 이날 동승했던 안내원(가이드)도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종전까지 발원지 중국 등 아시아 외에 유럽·북미·오세아니아에 걸쳐 15개국에서 우한 폐렴 환자가 공식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날 동트기 전 240명의 미국인을 태운 전세기가 우한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우한에 머물던 일본인 206명도 29일 오전 일본 정부가 마련한 특별 전세기편으로 하네다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자국민 수송을 위한 첫 전세기를 30일 보내기로 했으며 독일 정부도 조만간 군용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 90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머무는 약 5,000명의 자국 관광객들을 다음달 4일까지 모두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8일 1·4분기(2019년 10~12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부품 공급업체 일부가 우한에 있고 우한 이외 지역의 생산시설도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음달 10일까지 조업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내 애플 직영매장 한 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중국 내 4,100개 매장의 절반 이상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맥도날드·KFC·피자헛도 후베이성 매장 대부분을 폐쇄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도 중국 내 약 100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한국의 아모레퍼시픽도 우한시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고 29일 밝혔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