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실적 발표 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 전반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4·4분기 실적 추정치가 높아진 종목들은 주가 상승이 기대됐으나 상당수가 ‘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지난 28일 급락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 진정 후에는 결국 실적 개선으로 펀더멘털이 확인되는 종목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9일 코스피는 0.39%(8.56포인트) 오른 2,185.28로 마감해 전날 3%대에 달했던 하락폭을 일부 만회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마감 기준 5,232억원 규모를 순매도해 1,924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기관투자가와 함께 하락을 주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996억원 규모 순매수로 전환했다. 개인투자자는 전날 6,686억원 규모 순매수에 이어 이날도 3,724억원 규모를 쓸어담으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14일인 잠복기를 고려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 확산이 고점을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식 시장은 낙관적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진정될 경우 투자의 초점은 이제 발표가 시작된 지난해 4·4분기 실적으로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개 이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 상장사 152개 중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0월부터 꾸준히 상승한 종목은 키움증권·아모레G 등 20개로 집계됐다. 152개의 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10월 말 18조6,708억원에서 12월 말 17조6,266억원, 최근 16조2,867억원까지 하락했다.
증권 업종 중 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높아진 종목은 키움증권·삼성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말 781억원에서 최근 926억원으로 18.5%,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974억원에서 1,056억원으로 8.4% 각각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주가는 전날 급락장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키움증권이 8.55%, 삼성증권은 5.83% 각각 하락했다.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증시 불확실성 확대가 증권주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아모레G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실적 개선이 예상됐다. 설 연휴 전까지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28일 하루 동안 신세계가 12.07%,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3.28%, 아모레G가 7.69%씩 각각 하락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당분간 주가 변동이 클 수 있지만 2·4분기 이후에는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주 주가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이기 때문에 오는 3~4월 중으로 기대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의 영향이 이번 사태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4·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고 올해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LG이노텍·더존비즈온은 최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4·4분기 영업이익이 24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컨센서스 225억원보다 8% 많은 수준이다. 23일 9만2,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28일 2.42% 하락했다가 이날 1.01% 반등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