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죄 범위 어디까지… 대법, 오늘 김기춘 ‘블랙리스트’ 선고


대법원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상고심 판단을 오늘 내놓는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와 기준을 대법원이 새롭게 제시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2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 중 일부를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 전장관은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직권남용죄는 입증이 까다로워 그간 하급심마다 법원의 해석이 엇갈렸다. 직권남용죄를 규정하는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각 조항의 해석을 놓고 법원에서도 판단이 매번 갈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적폐수사에서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면서 이번 대법원 판단이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와 기준을 새롭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시작으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등에 직권남용죄를 잇따라 추가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