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체 조각상 앞에서 하반신 노출은 공연음란죄 해당


나체 여인을 묘사한 조각상 앞에서 하반신을 노출한 것은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형법상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4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7년 10월 저녁 경기 고양시의 필리핀 참전비 앞에서 바지와 팬티를 내린 채 서성대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참전비 앞에는 나체 여인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있었고 지나던 주민들은 신체를 노출한 이씨를 본의 아니게 목격했다.

쟁점은 이씨의 혐의를 놓고 공연음란죄로 봐야 할지 아니면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만 인정할지였다. 1심은 공연음란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연음란죄에서 음란한 행위는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무죄를 선고하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성적인 수치심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재판부의 판단은 또 뒤집혔다. 대법원은 “바지와 속옷을 벗고 지나가던 행인에게 신체를 노출한 행위는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연음란죄에서 음란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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