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광석·석탄·곡물 등 건화물 시황을 보여주는 운임지수인 BDI(발틱운임지수)는 지난해 말(12월24일) 1,090에서 지난 29일 525로 반토막이 났다. 1월이 해운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올해 지수하락 폭은 상당하다. 실제 올해 1월 BDI 평균은 722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3에 비해 30% 가량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 23일 기준 981.19로 전주 대비 9.48포인트 하락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1·4분기가 해운업계에 비수기인 이유는 중국의 춘제 때문이다. 통상 중국 춘제 전까지 물동량이 몰리다가 춘제 기간에 접어들면 휴무로 인해 급격히 감소한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수요 위축 △새 환경규제인‘ IMO2020’ 시행 △브라질 폭우로 철광석 공급부족 등이 겹치면서 예년에 비해 더 힘든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춘제 직후인 2월부터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던 해운업계의 기대감은 싸늘하게 식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다음달 2일까지 연장했고, 쑤저우 등 일부 지자체는 8일 이후로까지 미루는 등 중국 산업의 타격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중국 컨테이너 가용 지수(CCAI)는 0.5를 웃돌고 있다. 이 지수가 0.5를 넘으면 설비가 과잉 상태라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 가동을 중단한 공장의 재가동을 늦추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조업일수가 줄어 생산 차질이 빚어져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운업계는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매년 4~5월에 1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체결해 기본 물량을 확보한 뒤 나머지 공간을 단기 영업으로 채워 넣는다. 장기 계약(Service Contract) 운임은 화주의 물량 규모, 계약 당시 스팟(Spot) 운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4~5월 스팟 운임이 낮을 경우 1년 동안 받게 될 계약 운임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문서 서명으로 호전되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수송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단기계약 위주인 중소형 건화물 수송계약의 경우 수익 감소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아예 항만을 통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평택·당진항은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들의 입출항을 중단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심각’까지 격상할 경우 입출항에 문제가 되는 국가 대상 여객선 감편이나 운항 노선 조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선적이 전면 마비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중국이 태평양 노선 컨테이너 물동량 70%를 점하고 있어 물류차질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