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통화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경계심리를 드러내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중국, 아마도 전 세계 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 같다”며 우한 폐렴이 미칠 파장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파장을 판단하는 게 우리의 틀”이라며 “우한 폐렴에 의한 것들을 비롯해 경제전망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가하는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통화정책과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지만 연준 의장이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우한 폐렴을 키워드로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IMF도 우한 폐렴이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날 IMF가 발표한 중남미·카리브해 경제전망 보고서에는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종전 리스크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새로운 리스크들이 나타났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세계 경제활동과 무역·여행을 상당히 방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IMF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국가들의 경제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스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은 “올해 1·4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직전 분기 증가율인 6%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스 사태의 여파가 컸던 지난 2003년 2·4분기 당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보다 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애플과 스타벅스·이케아 등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내 매장의 문을 닫고 있고 항공 운항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중국 내 공장들의 조업 재개를 연기하는 등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우한 폐렴 확산의 영향으로 중국 국내선 항공편의 약 20%가 결항 상태이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등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다음달 2일까지 연장하면서 도요타와 혼다가 다음달 10일 이후로 조업 재개를 연기하는 등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의 사람 이동 및 물류 흐름이 정체되고 있다”며 “춘제 연휴가 끝난 (다음달) 3일 이후에도 중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