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0일 미국 하원 청문회장에 존 딘 전 백악관 법률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딘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행동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불법 도청, 은폐행위 사이에 놀랄 만한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방해 의혹을 서술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보고서를 “‘워터게이트 로드맵’과 맞먹는다”는 등 트럼프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그의 증언은 46년 전의 데자뷔 같았다. 1970년 7월부터 닉슨 대통령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던 딘은 2년 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자 의회 증언대에 섰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게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닉슨을 설득했으나 되레 해임되자 청문회에 출석한 것이다. 해고 두 달 후인 1973년 6월25일,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는 상원 청문회에 출두한 그는 245쪽에 달하는 증언서를 8시간 동안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도청·언론통제·사건은폐·정보조작에 관한 내용이었다. 닉슨이 은폐 이야기를 최소 35번은 했다는 폭로도 했다. 이후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아 닉슨의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났다. 결국 이듬해 7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닉슨은 8월8일 사임하기에 이른다. 딘도 존 미첼 법무장관 등과 함께 체포돼 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 측 증인이 되는 대가로 얼마 안 돼 풀려났다.
닉슨을 사지로 몰았던 딘의 악몽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칼럼을 통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존 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볼턴이 닉슨 행정부를 몰락시킨 딘의 역할을 하는 게 커리어나 메가톤급 폭로가 담긴 회고록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트럼프가 국가안보상 기밀을 이유로 회고록 출간에 제동을 거는 등 죽이기에 나서자 볼턴이 의회 증언 등을 추진한다니 ‘존 볼턴=존 딘’ 시나리오가 전혀 불가능한 추론은 아닌 듯하다. /임석훈 논설위원